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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융 불균형 확대 막아야” 미국발 논쟁, 한국도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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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보고서 “통화 완화 정책 축소 필요”…전문가들도 가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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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깜짝 성장률·자산 과열에 논의 촉발
한국서도 “자산 양극화 심화” 적절한 시점
금리 인상 목소리…취약계층엔 “선별 지원 계속”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속도에 자산시장 과열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실물과 금융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만큼 1년 넘게 지속됐던 통화 완화정책을 서서히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기조의 변화와는 별개로, 경기회복이 불균등하게 진행되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돼야 경제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KIF)은 ‘2021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4.1%로 내다보면서 경기회복 속도에 맞춰 통화 완화 정도를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통화 긴축’ 기조를 먼저 내비친 것은 1분기에 ‘깜짝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기 위해 금리가 다소 인상돼야 할지도 모른다”며 통화 긴축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시장 과열을 강하게 경고하면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은 빠르게 퍼졌다. 연준은 지난 6일 공개한 금융안정 반기 보고서를 통해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도 높은 상태”라며 자산 가격 하락 위험성을 지적했다. 버블이 꺼지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4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금통위원은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회복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이 “미래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심이 2월보다 한층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부 계획대로 백신 보급이 원활해져 코로나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국내 소비 회복이 뚜렷해진다면 금통위의 입장 전환은 시장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금리가 갑작스레 치솟았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 부동산·주식시장의 금융 불균형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연준은 고용을 내세워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지만 그만큼 금융 불균형으로 자산 양극화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누구를 위한 금융 완화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자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급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도 향후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통화 긴축과는 별개로 취약부문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성욱 KIF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취약부문 지원은 선별적 정책이 가능한 재정·금융 정책이 주도하고 경제 전 부문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은 전체 경기 상황에 따라 완화 정도를 조절하는 정책조합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큰 정부’ 기조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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