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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음악은 함께 연주할때 더 아름다워…척박한 실내악 후원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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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독일의 문호 괴테는 현악4중주를 두고 "네 명의 지식인 사이의 대화"라고 했다. 거장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는 "한 작곡가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현악4중주를 이해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의 정수다. 관현악곡, 협주곡과 같은 대편성 작품에서 장식적이고 부가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걷어내고 지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현악4중주 작품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만큼 실내악에는 음악의 핵심과 본질이 응축돼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실내악의 불모지다. 화려한 피아노, 바이올린 독주와 풍부한 사운드의 오케스트라 작품이 각광받는 반면, 규모가 작은 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연주회를 찾는 발길은 많지 않다. 음악 후원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솔리스트들에겐 후원이 몰리지만, 작은 실내악 단체를 후원하고 육성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10년간 실내악 육성이라는 외길을 줄곧 걸어온 예술후원단체가 있다. 신영애 이사장이 이끄는 아트실비아는 매년 실내악 오디션을 통해 노부스 콰르텟과 에스메 콰르텟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4중주 단체들을 배출했다. 신 이사장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큰 누나이기도 하다. 교보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후원이 절실한 실력 있는 실내악 단체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온 그를 최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트실비아를 설립하면서 후원이 절실한 음악가들이 누굴까 고민했어요. 음악계 분들께 여쭤보니 실내악 연주자들을 후원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주시더군요. 저도 개인적으로 실내악 음악에 큰 매력을 느끼던 터라 투자해볼 만한 장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음악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다들 화려한 솔리스트가 되려고만 하죠. 하지만 음악이라는 게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면 더 풍성하고 아름다워지잖아요. 사실 세상사도 마찬가지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함께 도우며 사회를 이뤄가죠. "

창립 1년여 뒤인 2012년 3월 열린 제 1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선 남성 4인조 노부스 콰르텟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실력파 단체들이 참가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오디션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아트실비아 오디션의 위상은 단번에 국내 권위의 실내악 콩쿠르로 격상됐다. 이후 에스메 콰르텟, 룩스트리오, 아벨 콰르텟, 트리오제이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악 단체를 줄줄이 배출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룩스트리오예요. 당시 멤버들이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오디션 당일 새벽에 귀국했더군요. 이전까지 콩쿠르에 줄줄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떨어지면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대요. 그래서 장학금을 지원해줄 테니 끝까지 공부하라고 격려해줬어요. 이후 룩스트리오가 한국인팀 최초로 독일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할 때 제가 현장이 있었는데 정말 기쁘고 보람이 있었어요. 독일의 관객이 박수는 물론 발까지 쿵쿵 구르며 환호하는데 정말 감동이었죠."

아트실비아 오디션은 다른 콩쿠르와 달리 예선부터 심사곡 전체를 다 연주해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콩쿠르 예선 단계에선 어느 정도 연주를 듣고나면 심사위원들이 연주를 끊는다.

"예선부터 전 악장을 다 연주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한 팀이 50~60분씩 연주를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무척 힘들어하죠. 그래도 제대로 평가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사위원들께 부탁을 드렸어요. 1악장 때 좀 부족했더라도 그 다음 악장 땐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요."

신 이사장의 예술 후원은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 후원회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자녀들에게 생활비 용도로 목돈을 나눠 주셨어요. 의미 있게 쓰는 게 좋겠다 싶어서 성당과 고교동창회에 좀 후원을 하고 남은 돈을 예술의전당에 후원했죠. 대부분 요청을 받고 나서 후원하는데 저처럼 알아서 후원한 경우는 없다며 놀라더군요(웃음)."

오는 24일 경기도 김포시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에선 아트실비아 창립 1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에스메콰르텟 등이 무대에 오른다.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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