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한국 외교장관과 모테기 일본 외무상이 5일 오전(현지시각) 런던에서 만났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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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5일 오전(현지시각) 런던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실제 회담하기 임박한 시점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위안부, 강제동원, 후쿠시마 오염수 등 여러 난제가 겹치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양국이 회담 성사 여부를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음을 짐작케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5일 이뤄진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의 회담에 대해 “한-미-일 회담이 있었고, 이후 20분 간 별도 장소로 옮겨서 회담했다”며 회담 일정은 “런던 현지에 가서 임박해서 확정됐다.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출국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할지 유동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런던에 도착한 직후인 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미-일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회담 전날인 4일까지 “한-미-일 3개국 회담을 한다”는 일정을 공개했을 뿐, 한-일 회담의 개최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그 때문에 회담이 성사되기 직전까지, 외교부 당국자뿐 아니라 한-일 기자들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일본의 강한 요구가 있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일 외교장관이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2020년 2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런던에서 주요7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계기에 모테기 장관도 가고 정 장관도 참석하니, 자연스레 만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각자 주요7개국 회의도 참석하고 여러 나라와 양자 회담이 많이 잡혀 있어 일정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계 개선의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인 일본이 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한국의 애를 태웠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선 모테기 장관이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일본 정부 당국자) 회담에 응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회담 이후엔 양국 모두 이 만남을 ‘비공식 접촉’이 아닌 ‘정식 회담’으로 인정하며 “솔직한 의견 교환이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비공식 접촉이 아닌) 정식 회담이었다. 한-일은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 한반도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서 협력해야 하는 사이이다. (이 회담을 통해) 양국이 어려운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5일 밤 보도자료를 내어 “5일 오전 9시(현지시각)부터 약 20분 간 정 장관과 일-한 외교장관 회담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 직후 런던 현지에서 자국 기자들과 만나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외교 당국 간의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앞으로도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 외교장관 사이에 솔직한 의견교환을 해 가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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