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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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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DSR 강화에 울상… 32조 카드론 시장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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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32조원 규모에 달하는 ‘급전 창구’ 카드론에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다중 채무자를 중심으로 그동안 카드론을 높은 이자로 쓰던 금융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여주는 일등 공신이었던 카드론 이용자가 줄어들면 자연히 카드사가 거둬 들이는 이자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 당국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카드사의 비회원 신용대출이, 내년 7월부터는 회원 대상 가계 신용대출인 카드론이 DSR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카드론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차주 단위 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7월부턴 모든 금융권 대출을 합쳐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게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다시 1년이 지난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로 적용 대상을 넓힌다.

DSR은 대출 심사 때 개인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지난 2018년 DSR이 도입된 이후, 카드론은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금융 당국이 마련한 감독 규정에도 할부·리스, 현금 서비스와 함께 카드론은 11개 DSR 적용 예외 대출에 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가계 대출 고삐를 잡겠다면서 다른 금융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카드론을 피해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카드론을 규제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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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를 시작하면 카드사는 카드론 관련 심사를 강화하고, 다중채무자를 포함한 저(低)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한도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건'까지는 생계 자금 목적으로 간주해 이번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300만원을 웃도는 대출부터 심사 강도를 높이거나,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목적으로 카드론을 이용하던 수요가 급격히 사그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용 대상 파악 같은 기술적 문제로 당장 오는 7월부터 카드론을 DSR 산정 기준에 포함하기 어려워, 유예 기간을 둔 다음 내년 7월부터 카드론을 포함한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더 세밀하게 심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은 은행권 대출과 달리 중도상환 수수료나 취급 수수료가 없다. 따로 담보도 잡지 않고, 심사 과정도 카드 사용정보와 신용정보만 확인할 정도로 복잡하지 않아 빚투족에게 인기가 높다.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잔액 규모는 32조46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대적으로 대출이 간편한 카드론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은 카드론 소비자들이 이번 조치로 빠져나가면 당장 지표상으로 적자를 피할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 8개 주요 카드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총수익이 2019년보다 0.02%(36억원) 줄었다. 특히 여태 카드사의 ‘밥줄’ 역할을 했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과 현금서비스 수익은 각각 1336억원, 930억원이나 감소했다. 오로지 카드론 수익만 1906억원 늘어나며 총수익을 지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용판매 자산은 민간소비지출 같은 경기지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취급액을 늘리기 어렵지만, 카드론 같은 여신성 자산은 카드사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늘리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며 “카드사 수익성이 떨어지면, 카드사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게 되는데 이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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