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0만명 접종 목표 달성 몰아치기 후유증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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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자는 339만5104명이다. 앞서 정부는 4월 말까지 3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했고, 지난달 29일 접종 시작 62일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200만명에서 300만명을 넘기까지 일주일 걸렸다. 일부 지자체에선 예약을 당겨 하루 14만명꼴로 접종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무리수를 두다 보니 탈이 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총 211만7000회분 도입해 2일 0시 기준 180만1867회분 사용하고 31만5133회가 남았다. 화이자는 1차 맞고 3주 후 2차를 맞는다. 주기가 짧다보니 재고 부족으로 탈이 났다. 2일까지 156만5865명이 1차 접종을, 23만6002명이 2차 접종을 했다. 132만명이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지금의 재고로는 충당할 수 없다. 1차 신규 접종을 중단한 이유이다. 75세 이상 고령층 200만명 이상은 아직 1차 접종도 못했다.
이달부터 175만회 물량이 4주에 걸쳐 나눠 들어올 예정이고, 6월 354만7000회분이 추가로 도입될 계획이다. 일정대로하면 6월까지 모두 약 561만회 쓸 수 있다. 다만 구체적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주에도 예정대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실시된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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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도 간당간당하다. 지금까지 200만6000회분이 들어왔다. 2일 0시 기준 182만9239명이 1차 접종했고 17만6761회분 남았다.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써서 20% 더 맞힌다고 가정해도 20만회분 정도 남았다. 이걸로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사회 필수인력을 간신히 1차 접종할 수 있다.
그런데 AZ백신도 이달 14일 2차 접종을 시작한다. 2월 26일 접종 개시 이후 2차 주기(11~12주)가 돌아온다. 내달 말까지 약 100만명이 2차 접종해야 한다. 게다가 이달부터 AZ백신으로 ▶65~75세 노인 494만3000명 ▶유치원ㆍ어린이집, 초1~2학년 교사 49만1000명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1만2000명에게 신규 접종을 시작하기로 돼 있어 이래저래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AZ백신은 물량 공급이 상당히 들쭉날쭉한 편이다. 6월까지 AZ와 직계약한 700만회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66만8000회분 등 867만회 가량을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모른다. 이 때문에 신규 접종이 일시 중단될 개연성이 작지 않다. 앞서 정부는 30세 미만에 쓰이지 않은 AZ 백신 64만명 분량을 고령층 접종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2일 브리핑에서 "세계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은 고령층이 예방 효과를 누리기 위해 2차 접종 물량을 당겨 쓴다. 이러한 방향에서 상반기 1200만 명 1차 접종이 완료되도록 공급과 접종계획이 세밀하게 짜여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화이자는 일정하게 들어오지만 AZ백신은 많이 들어왔다가 좀 지난 뒤 들어오는 식이어서 다소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하순께 화이자 1차 접종을 집중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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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계약이 돼도 결국 공급의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2차분 물량을 당겨 1차에 계속 접종하는 전략을 고수하면 원칙에 벗어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AZ의 경우 1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나가면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2차 접종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1차분을 최대한 당겨 공급하는 건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6월 말까지 두 달 남았는데 아무리 기밀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900만명 가량이 언제 맞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적어도 5월 한달 정도의 일정에 대해선 공개할 건 공개하고, 상반기 1200만명 목표의 계산서를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1200만명 접종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전략을 바꿔 백신 수급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만이라도 1,2차 완전 접종을 목표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완전 접종률을 높여야 당초 목표대로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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