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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카페도 아닌데 뚝하면 "라떼는 말이야"…직장 '꼰대 갑질'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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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 변화 여부 체감도 [출처 = 직장갑질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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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소한 일도 크게 만들어 소리를 지릅니다. 쉬는 시간에 청소를 시키고, 일과 시간에 커피를 타게 하는 등 온갖 잡일을 시켜 야근하게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커서 신경정신과 약을 먹게 됐습니다.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하니 자기 딸과 똑같다며, '조금만 힘들면 그만둔다고 하냐. 나 때는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 10개월이 됐지만 '꼰대 갑질'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3.0%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 제보자는 "상명하복을 가장 중시하는 상사는 회식 때마다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한다"며 "업무 관련 지시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고, 문제 제기하는 젊은 직원에게는 '개념 없는 90년대생'이라고 한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실장이 직원들과 점심에 소주 2~3병을 마시고 저녁에도 매일 술자리를 갖고 부하 직원들을 부른다"며 "밤이건 새벽이건 동이 틀 무렵이건 상관없이 전화한다. 무시하고 모욕주고 괴롭혀서 우울증이 심해지고 자살 뉴스만 봐도 몸이 떨릴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는 해당 설문에서 20대 직장인들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51.8%로 높게 나타난 반면 50대는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63.7%로 가장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체감도가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대별 직장 내 갑질의 변화에 대한 체감 정도를 따져보면 '줄어들지 않았다'의 경우 연령대가 낮을 수록 높고, '줄어들었다'의 경우 연령대가 높을 수록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까라면 깐다'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직장 갑질은 계속될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갑질 예방 교육을 시행해 민주·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또 '직장 상사가 명심해야 할 5계명'을 꼽았다. 해당 내용은 △까라면 깠던 옛날 기억은 잊는다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다 △호칭, 말 한마디, SNS 한 줄에도 예의를 갖춘다 △휴가나 퇴근에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괴롭힘 당하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핀다 등이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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