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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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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반란 - 사이먼 레이놀즈·조이 프레스 [최지선의 내 인생의 책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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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과 여성

[경향신문]

경향신문

남성이 주도한 록의 역사를 언급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이에 반하여 1990년대 중후반 록과 여성을 조명하는(이른바 ‘우먼 인 록’) 현상도 있었는데, 영국의 록 평론가 부부인 사이먼 레이놀즈와 조이 프레스의 본작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었다. 아쉽게도 번역서는 발간되지 않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젠더의 시각을 통해 저항의 록 음악을 탐구한다. 남성과 여성의 음악을 나누어 고찰한 이원적인 구성인데 전자보다는 후자의 분석이 더 명료하고 탁월하다. 나 역시 여성 음악(인)의 전개에 더 관심이 있었다. 성녀·창녀, 순수·섹시 등과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전통적인 여성성을 탈신화화하는 ‘라이엇 걸’ 또는 남성의 반항을 그대로 모방하여 ‘소년들 중에 하나’가 되는 톰보이 유형, 솔직하게 감정을 고백하는 유형, 가면을 쓰거나 가장을 통해 여성성을 수행하는 유형, 마녀나 대지모처럼 신화적이고 신비한 유형 등으로 다단하게 분석된다.

이는 주로 정신분석학 또는 들뢰즈나 가타리 같은 프랑스 철학의 적용으로 돌파되었는데 이런 관점은 나에게 질문이 되었다. 록이 ‘본질’적으로 남성적인 음악인가, 단순히 ‘저항’ 또는 ‘반항’의 음악인가. ‘록=저항=남성성=여성혐오’와 같은 단순한 등식화는 (이제는 깨진 공식이지만) 과연 정당할까. 저자들이 대양(또는 우주)이나 자궁과 같은 기제로 앰비언트, 드림팝, 사이키델리아의 즐거움을 논하는데, 여성적인 음악 양식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는데 나의 의문이 명쾌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여러 의문을 토대로 좀 더 다양한 기준을 마련하여 한국의 여성 대중음악(인)과 그들의 작품을 ‘구성’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제는 진행형이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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