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민족문제연구소 등 28일 회견
“국제인권법서 보장하는 사법접근권 배제”
이나영 “항소해서 일본 정부 책임 물을 것”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한일과거사문제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이나영(오른쪽)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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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한 나라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주권면제를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2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각하한 법원 판결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인권·반평화·반역사적인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2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투쟁은 판결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회견에는 총 40개 단체가 함께했다.
위안부 피해자 2차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인 김예지 변호사는 “이 사건 소는 피해자들이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더 이상 외교적 해결 방법은 없다는 판단 하에 법원에 마지막 구제를 구하는 것이었다”며 “재판부는 소송의 의미를 완전히 간과한 채 헌법 질서에 반하는 국가면제를 적용함으로써 일본이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국가면제(주권면제)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지난 1차 소송 재판부에서는 일본 상대의 주권면제 예외를 인정했지만 2차 소송 재판부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김 변호사는 “물론 국가면제라는 관습법이 있기 때문에 소송 요건이 갖춰졌는지 다퉈야 할 것이 예상됐으나 이 사건처럼 다른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예외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봐서 소 제기가 이뤄졌던 것”이라며 “법원이 국가면제를 적용한 건 국제인권법 질서에서 보장되는 사법 접근권, 자국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영구히 배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회견 참석자들도 최근 판결이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을 복권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재판부는 이 소송을 촉발한 박근혜 정권의 2015 한일 정부 간 합의가 엄연한 국가 간 합의로서 지금도 유효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다”며 “항소해 일본 정부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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