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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부동산시장에 들어온 中가상화폐 자금… 환치기로 아파트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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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환치기-탈세’ 외국인 61명 적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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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30대 중국인 A 씨는 2018년 서울 영등포구의 11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구매자금 중 4억5000만 원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코인 환치기’ 자금이었다. 중국 정부가 자금유출을 통제하자 중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돈을 불법 환치기 조직을 통해 가상화폐로 들여온 것이다.

환치기 조직은 A 씨에게서 받은 268만 위안으로 2018년 1, 2월 11차례에 걸쳐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산 뒤 한국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이 조직원은 한국 내 거래소에서 이를 팔아 원화로 4억5000만 원을 A 씨에게 건넸다. 관세청은 A 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A 씨의 사례는 가상화폐가 해외 불법 자금의 반입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27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수사 중인 불법 환치기 조직 10개 중 일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수법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 코인 환치기 자금, 국내 부동산으로 유입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자, 중국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들여와 비싸게 팔아 환전한 뒤에 다시 중국으로 송금하는 ‘차익 거래’가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외국인 거주자 및 국내 비거주자가 이달 1∼13일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759만7000달러(약 1090억 원)였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가상화폐 차익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비대면으로 증빙서류 없이 해외에 보낼 수 있는 금액을 한 달에 1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비대면 중국 송금 서비스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범죄 조직들이 감시가 허술한 가상화폐를 환치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중국에서 환치기로 돈을 들여온 뒤에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수법까지 등장한 것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라 거래 시기까지 분석하진 못했다”며 “환치기 조직들이 ‘김치 프리미엄’을 노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외국인 불법자금으로 서울 아파트 곳곳 쇼핑

최근 3년간 외국인들은 가상화폐 환치기 자금 외에도 갖가지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를 포함해 서울세관이 적발한 외국인 61명은 관세 포탈 자금 등 불법 자금을 쓰거나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아파트 55채(시세 840억 원)를 사들였다. 이들 중엔 중국인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19명), 호주인(2명) 순이었다. 이들이 사들인 아파트는 강남구 아파트가 13채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이 외에도 영등포구(6건), 구로구(5건), 서초구(5건) 등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쇼핑’에 나섰다.

적발된 외국인 중에는 지난해 2월 20억 원 상당의 마스크와 방호복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수출금액을 3억 원으로 낮춰 신고한 국내 물류회사의 중국인 대표 B 씨도 있었다. B 씨는 탈루한 세금을 보태 배우자 명의로 구로구의 7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서울세관은 적발된 외국인들에 대해 탈루한 세금을 추징하고 검찰로 송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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