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테슬라 1분기 순이익, 23%는 비트코인 팔아 벌었다

비트코인 급등세 이끈 머스크

코인 매각해 1100억원대 차익

온라인서 ‘투자자 농락’ 비판에

머스크 “내 보유분은 안 팔아”

[경향신문]

비트코인으로 차값을 받겠다고 발표하며 올해 비트코인 급등세를 이끈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각해 1100억원대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일반 투자자를 농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1분기에 사상 최대인 4억3800만달러(약 49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 내용을 보면, 테슬라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 중 10%를 2억7200만달러(약 3022억원)에 팔아 1억100만달러(약 112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테슬라 1분기 순이익의 23%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매도가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비트코인 판매 금액으로 영업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CNBC는 “1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테슬라가 1억100만달러의 이익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 일부를 재빨리 판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각한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같은 달 테슬라는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어치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부터는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지난 2월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 사실 공시 이후 비트코인은 개당 5만달러선에서 움직이다 3월 중순에는 6만달러까지 올랐다. 시장에 불을 질러놓고는 가격이 오르자 팔아치운 격이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1분기에 기록적인 차량 납품 실적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자동차 판매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며 비트코인 처분과 함께 탄소 무배출 업체에 부여되는 크레디트(탄소배출권)를 팔아 흑자를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CNBC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기가 1분기 수익 증대를 도왔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는 머스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카이사르의 등에 칼을 꽂으며 배신한 로마 시대 정치가 브루투스에 빗대 “일론, 너마저?”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에 머스크는 “내가 가진 비트코인은 팔지 않았다”면서 “비트코인의 유동성이 대차대조표상 현금 보유의 대안일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회사의 비트코인 보유 지분의 10%를 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트코인 투자가 전기차 판매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C는 “채굴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지속 가능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 기여한다는 테슬라의 비전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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