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액 처벌기준 100만원보다 낮추려는 계산"
김봉현(왼쪽)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7월 술접대 당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룸살롱에서 마신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와인 '실버 오크 나파밸리 까베르네 쇼비뇽'. 해당 와인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67만원 정도다. 연합뉴스. 실버 오크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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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 관련 '검사 향응 수수' 사건의 첫 재판 절차가 기소 4개월 만에 개시됐다.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A씨와 현직 검사 B씨 측은 검찰의 향응 수수액 계산법을 문제삼았다. 접대 금액이 100만 원 이하로 다시 산정될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주장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김 전 회장과 A 변호사, B 검사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향후 심리 계획과 함께 쟁점 사항이 다뤄졌다. 당초 첫 공판기일은 1월 1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피고인의 건강 문제와 열람등사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2차례 연기됐다.
"술자리 참석자 5명 아닌 7명" 주장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법정에는 각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자리했다. 검찰은 2019년 7월 18일 오후 9시 30분쯤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룸살롱에서 김 전 회장이 A 변호사와 그가 소개한 B 검사 등에게 총 536만원 상당의 술과 향응을 제공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A 변호사 측은 당시 술자리 참석자 수를 7명으로 계산해 향응 수수액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룸살롱 호실의 술자리에 김 전 회장과 A 변호사, B 검사와 다른 검사 2명이 참석했다고 보고 5명을 개인별 향응액 계산 기준으로 삼았는데, A 변호사 측은 같은 룸살롱의 다른 방에 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전 청와대 행정관 C씨가 자신들이 있던 방에 잠시 머물렀다는 일부 사건관계자 진술을 근거로 향응액을 7명으로 나눠야 한다고 반론한 것이다. 이는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이 '1회 접대 100만 원 이상'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A 변호사 측은 룸살롱 여종업원이 당시 김 전 회장에게 발행한 영수증이 해당 호실에 대한 계산 금액이 맞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A 변호사 변호인은 "검찰이 어떤 근거로 금액을 계산했는지 판단 기준을 확인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B 검사 측도 이에 동의를 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본적으로 해당 호실에 5명이 참석한 것으로 본다"며 "영수증에 호실 번호가 명확히 기재돼 있다"고 맞섰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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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증거도 문제" 첫 재판부터 치열
B 검사 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증거 능력과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을 문제삼았다. B 검사 변호인은 "일부 영장이 첨부되지 않은 압수물이 있고,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사장 및 C씨와 통화한 내역에서 특정일만 수발신 기록이 없다"며 "룸살롱 여종업원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도 일부 누락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자료들은 이전 사건에서 적법하게 압수돼 수사기관 포렌식 자료로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이 사건의 증거로 쓰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따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특정일 통화 기록이 없는 이유는 (해당일에) 하루종일 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룸살롱 여종업원 휴대폰 포렌식 자료는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출입 내역을 포함해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전체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첫 재판부터 피고인과 검찰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재판부는 정식 공판기일에 앞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법무부 감찰관실은 B 검사를 포함해 해당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검사 3명에 대해 비위 혐의가 확인됐다며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B 검사 변호인은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B 검사는 이 일로 국민께 상당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 법정에서 진실을 성실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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