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해법이 난망해 보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무릎 쓰고 일본 정부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강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고 미국은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한 발 뺐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의외로 국제원자력기구조차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일본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부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방출은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안한 나머지 섬뜩한 괴담까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외교부 장관은 거의 승산이 없어 보이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분명히 길은 있다. 이 문제는 오염수 방출 허용 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출 총량의 문제이며 원전 밀집 지역인 동북아 한중일 지역의 현안 안전 문제이자 인류의 미래 환경에 대한 글로벌 이슈이다.
첫째 해법은 자신들이 제정한 방사능 방출의 총량 규제 원칙과 지침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압박해 이 기구가 일본 주변국들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로 직접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IAEA는 2004년 이러한 방사성물질의 방출 기준을 포함한 규제 해제 안전 지침(Safety Guide RS-G-1.7, 배제, 면제 및 해제 개념의 적용)을 제정하였다. 이 지침 5.19에는 방출을 목적으로 한 임의적 희석은 규제기관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또 2.13항에는 아무리 방사성핵종의 농도가 낮더라도 방출 총량은 규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방출을 목적으로 한 일본의 임의적 희석도 규제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희석 방출이 용인된다 하더라도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일조배가 넘는 방출 총량은 받아들일 수 없는 막대한 양이다. 국제적으로 통상 용인되는 연간 방출 총량은 백만 배에서 일억 배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금의 IAEA 행태는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무책임한 처사이다.
IAEA는 낯부끄러운 일본 손들기 대신 이 일을 계기로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지구상에는 수천 개 이상의 중대형 원자력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국제 규범이 없다면, 이들은 기회 되는대로 여러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쌓아 둔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임의 희석 방출하려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지구 환경이 위험에 처할 것은 자명하다.
두 번째 해법은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둘러 한중일간 동북아 원자력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 세계 440여기 원전의 32%인 140여기 원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중국의 60여기 원전이 우리 서해 건너 편에 자리 잡고 있고 50여기의 일본 원전 중 반 이상이 우리 한반도를 바라보며 세워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는 아니더라도 이들 원전에서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비상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지금 같은 현안에 갈팡질팡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을 더 위험스럽게 보고 있다.
마지막 해법은, 미국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해 일본이 관련 정보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논의는 일본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자료의 투명한 공개야말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의 필수적인 사항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 오염수 방출 문제는 지엽적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 국제 규범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를 국제기구와 함께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위한 집단 지성으로 풀어내야 한다. 국민은 우리 정부의 비전과 능력을 지켜보고 있다.
글: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용수
온라인 중앙일보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