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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40억 년 생물의 역사로 인간을 새롭게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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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르두의 책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나는 누구인가? 자연계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

조지프 르두(72)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장구한 생명의 역사를 탐색한다. 이를 위해 40억 년 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야 지구촌에 생존하는 생명체를 제대로 통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의 탄생처는 바다였다. 최초의 원세포는 40억 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생명체들을 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뇌도 출현했다. 겨우 수백만 년 전에 나타난 인간 뇌는 인간만의 고유 능력인 의식과 감정을 통솔한다.

'느끼는 뇌', '시냅스와 자아', '불안' 등의 전작처럼 저자는 뇌를 통해 단순한 '감정'과 '의식'을 넘어 '진화'와 '행동'이라는 거대한 틀로써 인류 진화사를 더듬는다. 신간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는 한마디로 행동 진화 연구서다.

생명의 역사와 동시에 시작된 생존의 일차적 도구는 '행동'이었다. 위험을 피하고, 영양분을 얻고, 수분과 체온을 유지하고, 번식을 해내는 게 모든 유기체의 공통된 생존 행동이다. 지금도 박테리아는 감지 능력과 운동 능력을 이용해 이로운 물질에는 다가가고 해로운 물질로부터는 달아난다.

박테리아나 그 후손인 단세포 원생동물은 환경 조건의 정보를 획득해 저장하고 이를 이용해 환경 변화에 적응해나간다. 학습과 기억은 이들이 생존·번식해나가는 발판이자 디딤돌이다.

책은 전반부에서 이런 생존 전략이 어떻게 원시 단세포 유기체에 의해 구축되고, 원시 다세포 유기체에 의해 보존됐다가 초기 무척추동물에서 신경계가 발달한 뒤 뉴런이라는 전문 세포가 담당하게 됐는지 추적해간다.

우리 인간은 더 커지거나 날렵해지기보다 더 영리해지는 길을 택했다. 만물의 영장으로 번성할 수 있게 된 결정적 비결이다.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닌 기억과 추론, 예측이라는 인간만의 의식적 숙고로 문제들을 해결해나간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인간 뇌의 각 영역의 기능적 역할과 그 네트워크로 지각과 기억, 인지와 감정 등 우리의 의식적 경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본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의식의 핵심 영역인 '전두극'에 주목한다.

전두극(前頭極)은 다른 영장류의 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추상적 개념의 표상이 생성·처리되는 곳이자 장기 목표와 미래 계획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기인식과도 관련이 있어 '나(자아)'와 '남(타자)'을 구분할 뿐 아니라 이를 넘어 상호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이 전두극 덕분이다.

생존 행동을 제어하는 뇌 시스템과 그 행동을 할 때 경험하는 의식적 느낌(감정)을 관장하는 뇌 시스템이 서로 별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행동은 '생존 자극-생존 회로-생존 반응'의 메커니즘을 따르지만, 감정은 피질 인지 회로에서 따로 처리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저자는 감정이란 언어와 자기주지적 의식의 굴절적응의 결과로서 단순히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비의식적 생존행동보다 가치를 개인화하는 능력이 더 효과적이었기에 선택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주지적 의식은 오늘날의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비롯한 성취들을 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신과 증오, 욕심과 이기심 같은 '우리 종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심적 특징들도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인다.

또한 기후변화와 대량멸종 등 생태계 파괴가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며 이제라도 느린 생물학적 진화 대신에 빠른 인지적·문화적 진화, 곧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의식적으로 각성하자고 촉구한다.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548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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