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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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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강남권 유일 뉴타운 ‘거여·마천’…민간·공공 재개발로 2만가구 ‘미니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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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내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구역들이 사업 추진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먼저 완료한 구역이 첫 입주를 시작했고 최근 정비 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서울 강남권 유일한 뉴타운이라는 희소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거여마천뉴타운은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 104만3843㎡의 노후 주거지역을 아파트촌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거여동은 1970년대 전후 서울 도심 개발 당시 쫓겨난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생긴 마을. 일명 ‘개미마을’로도 불리며 ‘구룡마을’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혔다. 그러다 2005년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됐다. 2008년 거여동 주민들이 먼저 재개발 조합을 꾸렸고 마천동은 2012년부터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여동 3개 구역(거여2-1·거여2-2구역, 거여새마을)과 마천동 5개 구역(마천1·2·3·4구역, 마천성당)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걷잡을 수 없이 침체되면서 거여마천뉴타운도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하나둘 늘었다. 주민 반대와 소송 등 풍파를 겪으면서 영영 개발에서 멀어지는 듯하던 거여마천뉴타운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5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서울 재개발·재건축 열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서다. 지지부진하던 거여2-1구역과 거여2-2구역은 2015년 5월과 7월 각각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일반분양이 흥행하면서 이웃 구역 개발 기대감도 높아졌다. 사업이 가장 빨랐던 거여2-2구역은 2017년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총 1199가구, 일반분양 379가구)’을 공급해 지난해 6월 입주했고, 2019년 일반에 분양한 거여2-1구역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총 1945가구)’은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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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유일한 뉴타운인 거여마천뉴타운이 지지부진했던 사업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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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4구역 사업시행인가

▷새마을 공공 재개발…3·1구역 재시동

거여동 일대 뉴타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가자 뉴타운 바통은 마천동으로 넘어갔다.

그중 사업이 가장 빠른 마천4구역은 지난 4월 2일 송파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불과 2018년만 해도 조합이 설립된 2015년 7월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였던 곳이다. 하지만 주민 동의를 얻어 일몰제 적용 기간이 지난해 7월까지 2년 연장됐고, 기한을 조금 넘기기는 했지만 사업시행인가를 얻어냈다. 마천동 323번지 일대 6만653㎡ 규모인 마천4구역은 이제 지하 3층~지상 33층 아파트 1372가구로 조성된다. 조합은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조합원 물량의 2배에 이르는 구역이라 사업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거여마천뉴타운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라는 입지적 장점 덕에 문의가 많은 곳”이라며 “이미 1군 건설사들이 일대를 오가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거여새마을 구역은 지난 3월 29일 공공 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6만3995㎡ 부지에 아파트 1329가구가 공급된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거여새마을 구역은 구릉지인 데다 4층까지만 지을 수 있는 제1종일반주거지역이 대다수인 탓에 용적률 상한이 낮고 사업성이 부족해 그간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서울시 공공 재개발 사업 후보지 공모에 나섰고,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 선정으로 거여동 551-14번지 일대 6만3995㎡에는 총 1429가구 아파트 신축이 추진된다. 주민들은 공공 재개발을 통한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7년 6월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됐던 마천1구역도 심기일전해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2월 주민 동의를 75% 이상 얻어 11월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공람을 마무리했고, 지난 4월 10일 주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민총회에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가량이 참석할 정도로 주민 관심이 뜨거웠다. 마천1구역은 마천동 194-1번지 일원 14만8498㎡ 부지에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용적률 최대 263.7%를 적용해 지하 3층~지상 25층 33개동에 아파트 2413가구를 신축할 계획이다.

마천3구역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낸 구역 지정 취소 소송이 길어지면서 사업이 좌초될 뻔하는 등 풍파를 겪다 최근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서울시 일몰 기한 연장 결정에 따라 가까스로 구역 해제 위기에서 벗어났고, 같은 해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냈다. 마천3구역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 일대의 13만3830㎡를 재개발해 전용 39~99㎡ 아파트 총 247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2550가구를 짓는 마천1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구역이다.

재개발 치고는 늦은 감이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여·마천동에 거는 기대가 꽤 크다. 서울 강남권에 뉴타운 구역이 이곳뿐인 데다 지하철 5호선 역세권이고 위례신도시를 바로 옆에 둔 입지 때문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고덕지구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동남권에서 시세차익을 경험한 사람들이 거여·마천동에 관심을 가질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인근 위례나 하남과 달리 민영 아파트가 많아 고급주택 수요층을 견인할 수 있고, 서울 송파구 잠실로 가는 징검다리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마천동 일대 조합원 매물은 시세가 꽤 높다.

최근 사업시행인가가 난 마천4구역의 경우 조합원 평균 분양가가 전용 59㎡(옛 25평) 4억5600만원, 전용 84㎡(옛 34평) 6억700만원에 계획돼 있다. 일반분양 예정가(각각 6억7000만원, 8억9000만원)보다 2억~3억원가량 낮은 금액이지만 조합원 매물 권리가액에 이미 비슷한 수준의 웃돈이 붙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웃돈이 1억원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일례로 대지지분 33㎡(10평), 권리가액이 3억~4억원대로 추정되는 급매물이 11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2년 전 대지면적 145㎡(44평), 권리가액 9억3700만원이던 단독주택 매물이 11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 상승폭이 가늠된다. 마천3구역은 대지지분 42.31㎡(12.8평) 빌라 매물 가격이 10억2000만원이다. 대지지분 3.3㎡당 4000만원꼴인 셈이다. 조합원이 부담하는 최종 추가분담금이 얼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웃돈이 높아진 만큼 상당한 투자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여느 뉴타운이 그렇듯 사업 기간이 길고 최근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진 만큼 투자에 회의적인 시선도 꽤 있다. 뉴타운 사업 기간이 길었던 탓에 조합원 추가분담금 부담이 상당할 수 있고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6호 (2021.04.28~2021.05.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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