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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일하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30대보다 많다···사상 처음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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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4)씨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는 만 2년째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 3시간 근무를 나간다. 김씨는 “한 달에 60만~70만원 정도를 버는데 생활에도 보탬이 되고 남을 돕는 일이다 보니 보람도 있다”라며 “남편도 직장 생활을 여전히 하고 있고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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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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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같은 고령층이 한국 고용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525만6000명을 기록했다. 1년 사이 40만8000명(8.4%) 늘었다. 3월을 기준으로 500만 명을 처음 돌파했고, 198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인원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취업자(2692만3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5%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일하는 사람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란 의미다.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 수는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도 추월했다. 올 3월 30~39세 취업자 수가 523만8000명으로 내려앉으면서다. 전년 대비 17만 명(3.1%) 줄었다.

매해 3월 취업자 수를 기준으로 60세 이상이 30대를 역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15~19세(16만9000명), 20~29세(365만 명)를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경제 허리인 40대(629만1000명)와 50대(632만 명)도 위협할 정도다.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던 1980~90년대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당시만 해도 30대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의 5~6배를 유지했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한 저출산 고령화가 일자리 시장 구도를 180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신규 채용문이 닫히다시피 하고, 영업 제한에 가게 ‘알바’ 자리까지 말라붙었다. 20~30대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정부가 공급한 일자리는 고령층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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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추월한 60세 이상 취업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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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층만 나홀로 상승세다. 2019년(이하 3월 기준) 40.4%, 지난해 41.2%, 올해 42.3%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이 기간 30~40대 고용률이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 기대 수명 연장으로 인한 취업 수요 증가 등으로 고령 취업자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지만 고령층 일자리 상당 부분이 정부가 공급하는 저임금 단기 근로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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