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청 무료 상담을 받았는데 '계산 방법은 인터넷 찾아보면 나온다. 우리가 하나하나 계산해 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감독관에게)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져 입을 닫고 집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근로감독관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두 번 상처를 받는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 단체가 올해 1~3월 세 달 간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637건을 분석한 결과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는 72건(11.3%)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회사 편들기 △신고 취하와 합의 종용 △무성의·무시 △시간 끌기 등이 꼽혔다.
근로감독관의 무성의한 태도에 피해를 입었다는 A씨는 설문조사 같은 기본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로기준법 상습 위반으로 퇴사한 직원과 현직 직원들이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사업장 근로감독을 요구해도 근로감독을 나오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느끼기에는 근로감독관이 나서서 적당한 선에서 중재하고 합의하라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법 위반을 무한 되풀이 한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B씨는 회사 대표의 다른 법인 업무, 사적 용무까지 강요받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지난해 10월 노동청에 신고했다. 회사는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B씨를 고소하기도 했으나 담당 근로감독관은 인사이동으로 한차례 바뀌고 신고 5개월 만에 대질조사를 시작했다. 대표와 대표의 부인인 재무이사까지 참여한 채 대질조사를 받은 B씨는 "회사에서 1차 상처를 받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2차로 상처를 받는 상황"이라며 "'서로 계속 진정하고 고소하고 힘들지 않느냐' '인생사가 어쩌구…' 등 근로감독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10월 14일부터 시행돼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인척일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제도 보완이 이뤄지더라도 사용자의 태도 등 우리의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같은 문제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전은주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피해노동자가 괴롭힘 행위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이므로 조사과정에서 전문성과 공감 능력이 특히나 더 요구됨에도 피해노동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소속 근로감독관에 대한 교육과 업무처리 감독을 철저히 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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