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조각·캐스터브리지 시장
오랜 시력에서 풍겨 나오는 예사롭지 않은 내공과 함께 인간의 숙명인 외로움을 노래로 달래려는 몸부림이 엿보인다. 현란한 수사는 없지만 삶을 관조하는 나직한 언어로 상처를 어루만진다.
서정적 운율 속에서도 고독, 실패, 비애, 절망 등의 부정적 장애물을 강인한 태도로 극복하려는 시인의 심지가 드러난다.
'하늘 추워지고 꽃 다 지니/ 온갖 목숨이 아까운 계절입니다//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그대가 물으시면/ 다음 계절이라고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봄이라고/ 아주 평범한 말로/ 마음을 움직이겠습니다// 실패의 경험이라는 보석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내가 간절한 것에/ 끝은 없을 것입니다'(시 '몇 번의 겨울' 전문)
천양희는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오래된 골목' 등과 산문집 '시의 숲을 거닐다'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창비. 136쪽. 1만3천 원.
▲ 세상의 한 조각 =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가 그린 걸작 '크리스티나의 세계'의 실제 모델인 크리스티나 올슨에 관한 이야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했다.
'고아 열차'로 유명한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상상한 이야기와 올슨, 와이어스의 후손을 상대로 한 취재 내용 등을 합치고 살을 붙여 하나의 서사를 직조했다.
이은선 옮김.
문학동네. 384쪽. 1만5천 원.
▲ 캐스터브리지 시장 = 영국 문호 토머스 하디가 전성기이던 1886년 출간했던 비극적 소설이다.
만취해 아내와 딸을 팔아버린 사업가가 경제적·정치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지만 오래전 저지른 악업의 업보로 괴로워하며 파멸을 향해 가는 내용이다.
하디 전문가 사공철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나남출판. 1권 296쪽 1만6천 원. 2권 344쪽 1만9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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