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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오코노미] 튤립=비트코인? 영화 '튤립 피버'를 통해 본 2030 코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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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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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선술집. "살 거요? 팔 거요?"라고 직원이 묻는다. 살 거라 답하자 안내원이 술집 한편의 거대한 문을 연다. 문이 열리며 드러나는 숨겨진 공간. 숨겨진 공간에는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촛불 샹들리에 아래 증서를 들고 쉴새 없이 손을 흔들며 가격을 외치는 사람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다룬 영화 '튤립 피버(Tulip Fever, 2017)다.

이야기는 젊고 가난한 화가 얀(데인 드한 분)이 부유한 상인 코르넬리스에게 그림 의뢰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기로 한 날, 돈 많고 나이든 코르넬리스 곁에 아름다운 여인이 선다. 파란 원피스에 빨간 튤립을 들고 선 코르넬리스의 아내 소피아다. 얀은 아름다운 소피아에게 첫눈에 반하고, 소피아 역시 그에게 끌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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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피아의 하녀 마리아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당시 사회 통념상 처녀의 임신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죄악. 결국, 소피아는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숨겨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꾸미고, 마리아가 아이를 낳으면 죽은 척 얀과 함께 야반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그 사이 얀은 튤립 투기를 통해 소피아와 함께 도망갈 미래를 준비하며 기적의 튤립이라 불리는 '브레이커' 구근(球根)을 얻는다. 과연 두 사람은 튤립을 통해 기적같은 부와 미래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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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튤립 피버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튤립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가운데, 비뚤어진 욕망을 키우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꽃 색깔 하나에 마치 도박이라도 하듯이 움직이면서 거금을 잃기도 따기도 했다"는 마리아의 내레이션은 당시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자기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투자자가 있을 거란 맹목적 믿음을 뜻하는 '더 큰 바보 이론'도 등장한다. 더 큰 바보 이론은 경제학자 케인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자산을 구매한 바보가 앞으로 '더 큰 바보'가 나타나 자산을 구매할 거라 믿는 현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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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튤립을 향한 욕망은 2021년 암호 화폐를 향한 욕망과 닮아있다. 상장 30분만에 가격이 1000배 넘게 뛴 아로와나 토큰, 한때 3100% 가격이 오른 도지코인 등. 영화 속 청춘 남녀들이 그랬듯 지금의 젊은이들도 코인 투자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4대 코인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새로 뛰어든 신규 투자자의 60%가 20~30대다.

사실 암호 화폐는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늘 투자 자산과 화폐로서 제대로 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지금의 열기는 위험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고에도 젊은 세대의 암호 화폐 투자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코인을 향한 젊은 세대의 욕망에는 더 이상 근로 소득으로는 자본 소득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이 있다. 하지만. 서동요처럼 퍼지는 "누가 코인으로 600억을 벌어 퇴사했다더라" 같은 소문은 열기에 부채질을 더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하락장 이후 벌어진 주식 투자 열풍과 같다. 더는 성실하게 일한 월급으로는 내 한 몸 편히 누울 집 한 채 살 수 없는 어두운 현실 속에, 어차피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청년들은 코인 판에 더 쉽게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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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 튤립을 기르는 수도원장은 얀에게 튤립을 건네면서도 "자넨 지금 젊음을 낭비하는 거야. 튤립처럼 봄에 다시 피지 않는데 말이야"라고 말한다. 물론 얀은 그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리고, 결국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였던 튤립 버블은 한순간에 꺼져버린다.

암호 화폐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오르내리는 가격의 롤러코스터 속 단기 조정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지금, 비트코인을 낙관적으로 보던 전문가들도 현재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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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장의 말처럼 매년 꽃은 다시 피지만, 젊음은 한순간이다. 비록 보잘것없는 현재라도 다시 돌아보면 가치 있는 찰나의 순간이다. 24시간 오르내리는 가상 화폐라는 롤러코스터에 오르기 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한 번 탄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투데이/안유리 기자(inglas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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