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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논현로] ‘내로남불 조장’ 골프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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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재로 취급돼 민생과 거리멀어
대중화됐지만 공직자가 치면 비난
사회적 이중잣대에 위선인식 담겨


이투데이

요즘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들이 골프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중단했던 골프를 8년 만에 다시 친 것이 밝혀져 구설에 올랐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과 미국 대선 등으로 국내외 정세가 급박히 돌아가는 와중에 대통령이 한가하게 골프나 칠 수 있느냐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골프 회동하기 위해 연습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가 오히려 더 큰 비난을 샀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은 꼴이다.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골프로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호주 출장 중에 대장동 개발사건에 관련된 부하 직원과 함께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인데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외에도 골프로 망신당한 정치인이나 낙마한 공직자는 무수히 많다.

공직자의 흠을 잡을 때 골프 기록부터 뒤진다. 정권이 바뀌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물갈이하고자 사정할 때 골프 치느냐를 가장 먼저 물어본다. 일단 친다고 하면 연이어 물어보는 질문이 많아진다. 공무인지 사무인지를 따지며 언제 쳤냐 누구와 쳤냐 비용을 누가 부담했냐는 등 끝이 없다. 공무이면 김영란법, 사무이면 관용차 부당사용 등 어디에서건 걸리게 되어 있다.

골프가 공직자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민완 기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련 기관장이 그 시간에 골프를 치고 있었는지 수소문한다고 한다. 그때 재수 없이 걸려 언론에 대서특필되면 망신살이 뻗친다. 구질구질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골프를 포기하는 것이 깔끔하다.

왜 이렇게 골프가 문제가 되는 건가. 골프가 아닌 다른 운동을 했다고 비난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테니스를 친다고 축구를 한다고 욕먹은 공직자가 있는가. 낚시 등산이 취미라고 손가락질받은 정치인이 있는가.

골프가 논란거리가 되는 이유는 사치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골프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운동이다. 골프 한번 치는데 반나절은 소요된다. 왕복 교통에 식사까지 더 하면 온종일 깨진다. 돈도 만만치 않게 든다. 골프장에 한 번 출장하는 데 몇십만 원이 든다. 유명 골프클럽 회원권은 억대에 거래된다. 골프채와 골프복을 고급으로 장만하려면 한이 없다. 한마디로 서민은 칠 수 없는 운동이다.

호사스러운 골프를 사업가라면 몰라도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친다는 것은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난다. 민생을 걱정해야 하는 공복이 사치재인 골프를 치는 행위는 이중적이라 인식된다.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던 정치인이 골프장에서 기업인들과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은 위선적으로 보인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골프장에서 끼리끼리 어울려 공 치는 정치인의 양면적 모습만큼 국민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장면은 없다.

하긴 제 돈 내고 골프 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골프 자체가 접대성 운동이니 대부분은 남의 대접을 받아 칠 거다. 고위 공직자나 유력 정치인을 모시며 같이 골프 치고 싶어 몸 단 사람은 쌔고 쌨다.

그렇다. 골프는 무능과 부패의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도구이다. 골프를 섣불리 잘못 치면 신세를 망칠 수도 있는데도 골프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찬론자들은 골프가 몸에 좋고 사교하기에 최적인 운동이라고 칭송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치고 골프 안 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저명인사로 골프를 안 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골프를 안 친다고 하면 비사교적인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골프 마니아는 어떤 모임에서건 골프 할 기회만 찾는다. 대기업 사외이사가 인기 있는 이유로 그 회사가 보유한 골프장을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꼽는다. 아예 이사회를 골프장에서 하는 회사도 많다.

골프는 일종의 명품과 같다. 명품의 대중화와 마찬가지로 골프도 대중화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600만 명을 넘는다. 인천공항은 해외로 골프관광 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이 골프를 치면 손가락질하고 비난한다. 명품을 좋아하면서 명품족을 욕하듯이 말이다. 우리 사회의 이중적 잣대가 녹아 있는 운동이 골프다. 한국적 ‘내로남불’의 위선적 사고를 조장하는 골프는 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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