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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남자' 마음 내맘대로 해석 여야… "젠더갈등만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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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유세 현장에서 지지 연설에 나선 청년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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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에 대해 20대 남성들은 역차별·불공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4월13일 언론 인터뷰)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4월9일 페이스북)

"정부가 여성들을 배려하며 내놓은 각종 정책과 발언들은 보편적 의제로 다가가지 못하고 청년 남성들을 수혜자처럼 취급하고 배제했다."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 4월15일 정의당 대표단회의 모두발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남자'(20대 남성)가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이유를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여야 일부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의 여성 우호적인 정책에 반발해 국민의힘에 표를 줬다고 앞다퉈 주장하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단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책 실현에 기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소속 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졌음에도 2차 가해 논란 등을 자초했다. '180석 의석'이지만 낙태죄 폐지 후 법·제도 개선 노력,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여성주의 운동에 단 한번도 올인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20대 남성의 표심을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감으로 해석하면, 청년의 삶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덮일 우려가 크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성차별적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세연은 "정치권이 쇄신하고 개혁하는 길은 성평등을 제대로 실현하는 시스템과 입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을 붙여 성평등의 가치를 왜곡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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