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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1년 전인 2018년부터 초저지연 영상전송 기술기업을 찾아 헤맸다. 먼 곳에서 전송한 영상을 끊김 없이 보면서 실시간으로 로봇이나 드론, 중장비와 같은 각종 기기를 다루는 원격 제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미국부터 유럽, 이스라엘까지 찾아다녔지만 사실상 '허탕'을 쳤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그토록 전 세계를 찾아 헤맸던 '보석'이 국내에 있었던 것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영상전송 시스템 반도체와 전용 장치를 개발해온 벤처기업 쿠오핀이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상용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황현식 사장도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테스트 결과 쿠오핀의 토종 기술력이 일본이나 대만을 비롯한 해외 업체보다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무인 운전, 원격 제어 같은 5G 초저지연 서비스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오핀은 다음달 4K UHD(초고해상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모나리자3'를 내놓는다고 11일 밝혔다. 가로세로 0.5㎜ 이하의 좁쌀 크기만 한 모나리자3로 풀HD 영상을 전송하는 데 지연된 시간은 10~30msec(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에 그친다. 풀HD보다 4배 선명한 4K UHD 영상도 30~50msec에 불과하다. 전작인 '모나리자2'(50~80sec)보다 지연 시간이 2배 이상 단축됐다. 이상훈 쿠오핀 대표는 "끊김 현상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훈 쿠오핀 대표가 초저지연 영상 전송 반도체가 들어간 전용 기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격 영상전송 기술을 보유한 쿠오핀은 다음달 4K UHD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모나리자3`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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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지연이 주목받는 것은 5G 통신망을 활용한 '원격 실시간 서비스' 때문이다. 예컨대 평일 점심시간 배달로봇 수십 대가 음식을 싣고 분주하게 거리를 누빈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은 뒤 사전에 입력된 길을 따라 아파트 1층을 향해 가던 중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배달로봇 머릿속에 없는 시나리오다. 배달로봇은 전방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수백 ㎞ 떨어진 관제실에 전송한다. 이 영상을 확인한 직원은 배달로봇에 우회로를 알려준다. 배달로봇과 관제실이 풀HD 영상을 주고받는 데 지연된 시간은 0.02초에 불과하다.
쿠오핀은 초저지연 영상전송 원천기술인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는 영상을 순차 처리하지만 쿠오핀의 반도체는 네트워크 프로세스 여러 개를 적용해 병렬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CPU 방식은 지연 시간이 600~1000msec로 쿠오핀의 모나리자 반도체보다 10배 이상 길다.
시스템 반도체 '모나리자'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볼보코리아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에 탑재됐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광교 주상복합에서 시범 운행 중인 배달로봇에도 적용돼 지난달 실증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상훈 대표는 "2010년 HD급 영상을 전송하는 반도체 '모나리자1'을 개발한 이후 5G 상용화를 계기로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며 "부산항만과 여수·광양만 등 컨테이너 원격 운전과 방산업체 군수무기 원격 조종 등 시범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오핀은 신사업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2023년엔 8K UHD급 영상을 전송하는 '모나리자4'도 내놓는다. LG유플러스의 투자금이 밑천이 됐다. 쿠오핀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중국 차이나텔레콤, 일본 KDDI에 초저지연 영상전송 플랫폼을 수출할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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