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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吳에 간 '이남자' 朴에 기운 '이여자'…文정부서 갈라진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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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엇갈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이 오세훈 시장에게 72.5%의 지지를 몰아준 반면, 20대 여성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 지지율(44.0%)이 오 시장(40.9%)보다 높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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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달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20대 유권자의 선택이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유권자가 정부ㆍ여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실제 투표로 이어지느냐가 정치권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확 엇갈렸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만 18세 이상 포함)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지를 몰아줬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은 비율은 22.2%에 그쳤다. 지지율을 세대·연령별로 세분화 했을 때 오 시장 지지가 70%를 넘은 건 60대 이상 여성(73.3%), 60대 이상 남성(70.2%), 그리고 20대 남성뿐이었다.

반면 20대 여성 표심은 오히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쪽에 약간 기운 듯하게 팽팽했다. 44.0%가 박 후보를, 40.9%가 오 시장을 뽑았다고 응답했다. 오 시장보다 박 후보 지지율이 높은 건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유일했다. ‘기타 후보’를 뽑았다는 20대 여성이 15.1%였다. '페미니스트 후보'라고 공언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김진아 여성의당, 송명숙 진보당, 신지예 무소속 후보에게 표가 갔을 가능성이 크다.



젠더 갈등에 갈라진 20대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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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여성주의 시위.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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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녀가 처음부터 달랐던 건 아니다. 불과 4년여 전만해도 20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 공신이자, 든든한 지지층이었다. 정권 초인 2017년 7월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무려 90.7%에 달했다.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9%에 그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랬던 20대 남녀가 문재인 정부 2년 차부터 갈라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기점을 2018년 사회를 강타한 젠더 갈등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양성평등, 여성 폭력 추방 등 이슈가 사회 의제로 떠오르면서 젊은 여성들이 ‘혜화역 집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대 남성 사이에선 반대로 역차별이나 박탈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조성됐다. 그해 ‘곰탕집 성추행 징역형 판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11월) 등이 잇따라 나오자 20대 남성들의 ‘탈문(脫文·탈 문재인)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8년 리얼미터 조사(12월 10~14일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 중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높은 세대가 20대 남성(부정 64.1%, 긍정 29.4%)이었고, 긍정평가가 가장 높은 세대가 20대 여성(부정 29.1%, 긍정 63.5%)이었다.



조국 사태, 인국공, 부동산 거치며 20대男 ‘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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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조국 사태는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는 계기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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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조국 사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자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는 남녀할 것 없이 술렁댔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는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대 여성 일부까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20대 남성은 과거 미투 운동, 젠더 갈등 국면에서 이미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반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인 20대 여성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거부한 보수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여전히 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잇따른 여권 인사들의 성추문에 등을 돌린 일부 20대 여성들도 오 후보가 아닌 여성주의를 내세운 후보로 이탈했다”고 덧붙였다.

20대 남성들의 경우 이전의 젠더 갈등 국면에서 형성된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여성들보다 훨씬 뿌리깊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일부 전문가들은 "20대 남성들과는 달리 20대 여성들의 투표 행태에 대해선 설득력있는 원인을 찾아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 중엔 "보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 20대 여성의 감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이 박 후보를 밀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20대 여성의 박 후보 지지율(44.0%)은 50대 남성(45.1%)보다도 낮다"며 "20대 남성의 ‘오세훈 몰아주기’ 현상에 가렸지만, 과거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20대 여성이 상당수 여권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20대 여성, 어느 한쪽 손 안들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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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둥둥섬 앞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가운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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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다음 대선의 핫 포인트는 갈 곳을 못 정한 20대 여성 표심”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영선(44%), 오세훈(41%), 기타(15%)로 갈린 20대 여성의 표심이 어느 한쪽을 손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인식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대 여성 오 후보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부동산이나 공정 등 이슈에서 야당이 성과를 내면, 1년 뒤 대선에선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변동성 높은 세대”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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