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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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최근 국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배포한 한류 관련 책자에 중국은 존대하고 일본은 하대하는 듯한 표현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국회에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 만든 『지구촌 한류 현황』이란 책자를 배포했다. 한류 문화가 전 세계에 어떻게 뻗어나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한류 소비의 가장 큰 시장이자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을 소개하는 부분이다.
중국의 ‘문화적 특성 및 고려사항’ 항목에 ‘고대로부터 중국은 천자(天子)의 나라, 즉 천조(天朝)로 불렸다’거나 ‘현세적 특성이 강한 중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황제 문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56개의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문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적 다양성과 외래 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갖게 되었다’고도 했다. 이처럼 중국 문화를 찬양하고 존중하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한다.
외교부가 최근 국회 등에 배포한 한류 관련 책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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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의 ‘문화적 특성’ 항목에는 ‘자신들의 분수에 맞는 지위를 갖고, 그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중시한다’거나 ‘일본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본심을 명확하게 내어놓지 않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조직이나 집단의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통상 일본인들의 혼네(本音·ほんね·개인의 본심)와 다테마에(建前·たてまえ·사회적 규범에 의거한 의견)라고 하며,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음흉하고 믿을 수 없는 민족이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일본인들은 상대방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자연스럽게 서로 읽고 이에 맞추어 나간다’고 소개했다. 오해하지 말라는 당부이기는 하지만 ‘음흉’과 ‘믿을 수 없는 민족’이란 표현은 듣기에 따라 비하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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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 필요”
일본 국민이 보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외교부가 배포한 책자에 들어가 있는 건 외교적 배려가 부족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영국의 전문 안내서 ‘더 러프 가이드 투 코리아(The Rough Guide to Korea)’를 분석해 한국을 비하하거나 정보를 왜곡한 내용을 찾아냈다. 해당 책자에는 ‘태권도는 중국 당나라에서 유래했다’거나 ‘대구에 사는 여성들이 서울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 최소 몇 년 뒤떨어진 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표현이 들어가 있어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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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중국엔 노골적 사대, 일본엔 실익 없는 감정”
김기현 의원은 “한류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를 통해 외교부의 굴욕적이고, 무능한 외교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중국에겐 노골적으로 사대하고, 일본에 대하여는 실익 없이 감정만 드러내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외교 전략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에는 엎드려 눈치만 보고,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도 해결 못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교 라인을 지금 당장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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