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피해 100% 배상과
선지급·사후정산안 수용하자
금감원 “배상 충분” 의견 제시
다급해진 신한 “우리도 따를 것”
라임 등 사모펀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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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판매은행들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제재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충분한 배상 등 소비자보호 노력 여부를 제재 시 참작 사유로 삼겠다는 금감원의 방침을 고려해 피해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1일 금융권과 금융감독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최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우리은행에 대해 피해구제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100% 배상 결정을 수용하고, 지난 15일에는 라임 국내펀드들에 대해서도 사후정산 방식의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지난해 라임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 50%를 선지급한 바 있다. 금감원 소보처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판단해 제재심 위원들에게 충분한 배상을 한 것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며 “소보처가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초 제도 도입 이후 우리은행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보처의 이런 의견 제시는 금감원 검사·제재 규정과 시행세칙을 근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금감원 소보처에서 이런 평가를 받자, 다급해진 곳은 신한은행이다. 소보처는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지금껏 50% 선지급만 했지, 분조위 결정 수락 같은 다른 피해구제 절차는 밟지 않았다며 제재심에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에선 현재 금감원 검사국으로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각각 사전통보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최근 금감원에 사후정산 방식 분조위 조정 절차를 가급적 빨리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사후정산 방식은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나중에 손해액이 확정되면 추가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사후정산 방식 분조위 절차에 소극적이었는데, 최근 이사회 명의로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사후정산 방식을 도입할 테니 동의하는 회사는 의사를 표시해달라고 했다”며 “우리은행·기업은행·경남은행·부산은행·KB증권은 이에 동의해 이미 올해 2월에 분조위를 마무리했는데 신한은행은 미온적이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에 대해서도 분조위를 예정보다 빠른 4월20일께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를 개최하려면 사전에 현장조사를 마쳐야 해 최소한 두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가능한 한 빨리 분조위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쪽은 단지 시기의 차이일 뿐이지 피해 배상비율은 우리은행과 엇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를 총 2769억원어치 판매했는데, 지난해 6월 이 가운데 50%를 선지급한 데 이어 분조위 결정에 따라 추가로 배상하게 되면 원금의 70~90%를 배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분조위 개최 전에 제재심 결론이 날 수도 있는 만큼, 신한은행은 제재심 심의 과정에서 피해구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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