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토지 시장 'LH 사태' 불똥...투기 근절인가, 거래 절벽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농촌 슬럼화 우려...지방에서 거센 반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한국일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 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대로 하면 난리가 날 겁니다."

경남 밀양시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모씨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에 농민이 유탄을 맞게 됐다는 격한 토로를 전화기 너머에서 쏟아냈다. 정부는 보유 2년 미만 및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를 높이고 농지취득 심사도 강화하는 방안을 투기 방지 대책으로 내놓았다.

정씨는 "농지 매수자 가운데 이곳에 거주하는 농민은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이곳 노인들은 논밭 팔아서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아파트도 얻어주는데, 거래가 끊기면 땅값은 폭락할 수밖에 없어 농민들 다 죽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토지 거래 규제를 골자로 하는 투기 방지 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투기 수익을 막기 위해서이지만 업계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지방에서 반발이 거세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보유한 지 2년 미만인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가 20%포인트 중과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 사업용 토지에서 주말농장용 토지는 제외된다. 비사업용 토지란 땅주인이 그 지역에 살지 않고서 보유한 임야나 농지 등이다.

투기지역 아파트처럼 농지도 취득 심사가 엄격해진다. 비농업인 농지소유 인정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며,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사항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서류 제출도 의무화된다. 1,000㎡ 혹은 5억 원 이상 토지를 매수할 때도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또 특별사법경찰이 농지 이용실태를 조사한다.

시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2의 LH 직원 투기를 막겠다는 명목이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토지 거래만 막힐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양도세가 높아져도 투기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잠깐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투기세력은 일찌감치 세금 감면 전략을 세웠다. 서울 등 외지 거주자가 지역 주민과 '지분 쪼개기'로 농지를 보유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 거주자가 올해 1월 광명시민과 함께 노온사동 밭 1,323㎡를 매수한 적도 있었다. 이 경우 해당 토지 양도세 중과분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지방에서는 특히나 반발이 심상치않다. 수도권보다 토지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뿐더러, 그마저도 매수자 대다수가 외지인이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시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최모씨는 "토지주들은 양도세 올랐다고 급히 땅을 팔지는 않는다"며 "귀농·귀촌을 계획하거나 전원주택을 지으려던 도시 은퇴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북 완주군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농지 취득이 어려워지고 양도세가 올라가면 논밭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농촌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운계약서 등 또 다른 불법행위만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토지 시장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개발 기대감에 수요가 여전히 있겠지만 지방 읍면의 절대농지는 까다로운 규제를 거쳐야 하기에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도심 아파트나 꼬마빌딩으로 부동산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