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초대연합장에 김영환 충북지사
예산·징세 등 실질 권한 미비… 앞길 험난
충청광역연합 출범을 하루 앞둔 17일 세종시 어진동에서 개원한 충청광역연합의회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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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충북·충남을 하나로 묶은 특별지차체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한다. 국내 최초의 초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설립을 위한 정책연구에 착수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돌 굴러가유~’로 대변되는 특유의 완만함 내지는 여유로 회자되던 지역이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 시대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 미래를 위한 행정체계 개편 결실을 맺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형식의 행정체제 개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이나 징세 등 각종 권한이 미비해 4개 지역을 효과적으로 통할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충청광역연합의회는 17일 세종시 어진동 연합의회에서 개원식 및 임시회를 열고 김영환 충북지사를 연합장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 연합장은 충청권 4개 시도의 단합과 공동 이익을 위해 1년 동안 뛰게 된다. 광역연합의 사무는 31일 시작된다.
연합의회는 또 충청광역연합 출범 및 운영에 필요한 각종 조례와 함께 의장에 노금식 충북도의회 의원을, 제1, 제2 부의장에 각각 유인호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의원과 김응규 충남도의회 의원을 선출했다. 김 연합장(겸 충북지사)은 18일 세종정부청사컨벤션에서 4개 시도 단체장 및 의회, 지방시대위원회,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는다. 김 연합장은 "충청이 하나로 뭉쳐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고 중부내륙을 새로운 발전축 삼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며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빨랐던 부울경 제치고 ‘최초’ 특별지자체
국내 최초의 이 특별지자체는 연합사무처 41명, 연합의회 사무처 19명으로 출발한다. 4개 시도 및 의회에서 파견된 공무원으로 구성되고, 초광역 도로·철도·교통망 구축, 초광역 산업(바이오·모빌리티·코스메틱) 육성 등 각 자치단체가 이관한 사무를 맡는다. 또 국토부로부터는 광역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운영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다. 이익수 충청권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 사무국장은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하면 더 많은 사무와 예산을 이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중앙에서 이관된 사무는 BRT 사무가 유일하다.
‘메가시티’로도 많이 알려진 특별지자체는 기존 지자체는 유지한 채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초광역 교통망을 조성, 각각의 산업 기반을 공동 활용해 권역 전체의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워 공동의 성장을 추구하는 기구다.
충청광역의회 개원일인 17일 본회의장에서 한 속기사가 의사 일정이 적힌 모니터 앞에 앉아서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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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광역연합 출범의 의미는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특별지자체라는 데 있다. 앞서 국내 최초의 특별지자체 구성 움직임은 영남권에서 있었다. 충청권보다 2년 이상 빨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메가시티’ 공을 쏘아 올렸고, 부산·울산·경남 세 지자체가 손을 맞잡았다. 부울경 특별지자체의 규약이 행안부의 승인까지 받아 지난해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2022년 9월 박완수 경남지사가 발을 빼면서 좌초했다. 특별지자체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행정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특별지자체를 포기한 경남도는 현재 부산시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광역연합은 인구 560만에 지역 내 총생산 규모 290조 원에 이르는 경제 블록이다.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수도권 쏠림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초광역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며 “지자체별 역사와 특성,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는데, 특별지자체를 선택한 충청권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험난한 앞길’ 불구… 행정 개편 기폭제 전망
모든 ‘최초’가 그렇듯 충청광역연합 앞길엔 적지 않은 복병들이 있다. 광역연합 추진 과정에 대전시와 충남도는 따로 행정통합을 선언했고, 충북도는 강원도 경북도 등과 함께 별도의 ‘내륙’ 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하는 데 있어 각 시도의 전력이 한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분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무를 보는 데 예산이 각 지자체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만큼, 광역시도 수준에서는 물론, 기초단체 수준에서도 적지 않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이라도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픽 신동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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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지방행정체제개편자문위원회 하혜수 위원(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대전충남이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이지만, 행정수도를 내다보는 세종시 등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특별지자체 형식을 통해 협력하다 보면 행정통합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사무에서 이뤄지는 협력이지만, 성과와 신뢰가 쌓이면 행정통합으로 이끄는 도약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논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청광역연합 출범으로 국내 행정체제 개편 시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충청권ㆍ광주전남권ㆍ대구경북권ㆍ부산울산경남권의 4대 초광역권과 강원권ㆍ전북권ㆍ제주권의 3대 특별자치권을 통해 각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신작로 중심의 행정구역이 주민의 생활과 사고에까지 선을 긋게 하고 있다”며 “충청광역연합 출범을 계기로 그 같은 경계는 옅어지고, 다른 지역의 행정체제 개편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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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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