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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마스크·백신으로도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는 바로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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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서 27일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 열려

"직접 당해보니 온몸이 마비될 충격", "같은 스펙에도 아시아 성 때문에 취업 불합격"

뉴스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라인에서 2021년 3월 27일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선씨 제공


(에인트호번=차현정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또 다른 바이러스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라는 데 대부분의 재외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유럽 사회 내에 잠재돼 있던 차별은 코로나19 감염 상승 곡선을 따라 올라가듯 전 세계 곳곳에서 '묻지마 폭행'이나 차별 사건을 통해 민낯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Radboud University) 등 여러 대학들은 지난 3월 21일부터 일주일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한 세미나와 법률 등의 내용을 담은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아시아인 여성 6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사망한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그 전후로 서방 곳곳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이 계속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시아인 차별 반대(Asian Live Matters) 운동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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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라인에서 2021년 3월 27일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선씨 제공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라인에서는 약 30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모두가 1.5m의 간격을 두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아시아인들이었다.

빌름 드 쿠닝(Willem de Kooning) 대학 졸업반인 김민선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차별을 외면하면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다가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외국에 살며 차별과 혐오에 익숙해진 한 나이 든 동양인 여성이 나중의 제 모습이 아닐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좀처럼 감염자 수치가 줄지 않아 강력한 봉쇄령이 시행 중인 네덜란드의 상황에서 집회에 나간다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민선씨는 "작년 BLM(Black Live Matters) 집회는 규모가 크고 참여도가 매우 높았다"며 "흑인이 아닌 네덜란드인들도 집회에 참여했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아시아인들이 매일 다치고 죽어가는 지금,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는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요?"라며 "아직도 아시아인의 목소리는 이 사회 안에서 너무 작다는 증거일까요?"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초부터 네덜란드에도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차별 혐오와 폭행이 여러 차례 현지 언론 등을 통해 보도 됐다. 네덜란드 거주 한인 소셜미디어 내에서도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공유하며 대처하는 방법을 묻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민선씨는 "마스크 착용과 백신으로도 막을 수 없는 더 심각한 바이러스는 인종차별과 혐오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당해보니 온몸이 마비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이 목소리를 높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용기를 내어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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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라인에서 2021년 3월 27일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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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내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는 수리남, 인도네시아 등 네덜란드가 과거 식민지를 삼았던 국가에서 받아들인 이민자를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크고, 강한 결집력을 보여주는 집단이다. 작년 네덜란드의 한 라디오방송 DJ 가 중국인 혐오 발언을 했을 때 네덜란드 거주 중국인들은 곧바로 규탄 서명 작업을 실시하고 진행자에게 사과를 받아낸 적이 있다.

중국계 네덜란드 이민 2세로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는 제이슨 찬(Jason Chan)은 "대학 졸업반일 때 같은 '스펙'의 네덜란드 친구와 똑같은 직종에 지원했는데 그 친구만 합격하고 불합격한 적이 있다"며 "아무리 관용적인 네덜란드에서도 아시아 성을 가지면 서류 통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찬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치열하게 찾아야 했고, 노력해야 했다"면서 "이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 네덜란드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내게 아직도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은 모욕적이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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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라인에서 2021년 3월 27일 아시아인 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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