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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처럼 하지 마라”… 단골식당 주인 살해한 스토킹범 2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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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10년 간 알고 지내던 단골 식당 주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4)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4일 오전 9시50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B(60)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숨진 B씨는 A씨가 개업할 때부터 자주 드나들던 식당의 여주인이었다. A씨는 10년 간 알고 지내던 피해자 B씨에게 이성적 호감을 표시하다 거부당했다. 숨진 B씨 휴대전화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두 달 간 A씨가 B씨에게 100여통의 전화를 하고 수십통의 문자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 문자 메시지인 ‘여시(여우) 같이 하지마라’ ‘내 전화 끊지 마라’ 등의 집착성 내용이 담겼다. 전형적인 스토킹이었다. 1심 판결문에도 A씨의 일방적 애정 공세가 드러나 있다. A씨는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어릴 때부터 연상에게 끌려 기대고 싶었는데” “누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라며 거절해”라고 진술했다.

B씨가 자신의 호감을 받아주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던 중 사건 전날 B씨가 다른 손님과 있는 것으로 본 A씨는 가게에서 난동을 피웠다. 하지만 파출소로 끌려간 A씨는 진술서만 쓰고 풀려났다. 술을 더 마신 A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해 피해자 B씨가 사는 아랫집 누나 집에 숨어 들어갔다. 날이 밝아 집을 나서는 B씨를 따라가 끝내 살해했다.

1·2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일방적 호감을 거절당한 A씨가 집착과 피해 의식, 질투심, 혐오감 등에 사로잡혀 저지른 범행”이라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런데도 A씨는 1·2심 판결에 모두 불복해 상소(항소·상고)했다. 대법원은 1·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22년 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일명 스토킹처벌법이 지난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순애보나 구애, 괴롭힘 정도로 취급됐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정도의 장난 전화와 비슷한 가벼운 범죄로 본 것이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 통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5년의 처벌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또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은 스토킹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직권으로 피해자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즉각적인 제지와 접근금지 조치, 나아가 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 조치가 가능해졌다. 지속적·반복적 스토킹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 처벌된다. 법 시행은 오는 9월 말부터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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