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원내대표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해 추경안을 내일(24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어려운 상황의 국민께 실질적 도움을 주도록 여야가 합의한 대로 내일 본회의에서 이번 추경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23일 오전 국회 예결위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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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는 24일 처리를 못 박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안 등 조정소위원회가 22일에 이어 이틀째 계속됐다. 추경 처리 ‘디데이(D-day)’가 바로 앞이지만 심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일자리 예산을 두고 여ㆍ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야당은 2조1000억원이 편성된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추경안에 포함된 주요 일자리 사업을 두고 “전액 삭감”(국민의힘), “일부 삭감 또는 유지”(정부ㆍ더불어민주당)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22일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 “정부안을 유지하겠다고 하니 진전이 안 되고 다 보류되는 것”이라며 “이래 가지고 3월 본회의에서 되겠나. 4월, 5월 가도 안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쟁점은 또 있다. 여ㆍ야는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농어민 전 가구, 화훼농가, 학교급식 농산물 관련 업종, 전세ㆍ노선버스 종사자, 여행업, 공연ㆍ전시ㆍ이벤트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치며 늘어난 예산만 3조9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제출한 당초 추경안(15조원)에 4조원 가까운 예산이 더 얹어졌다. 20조원에 육박하는 눈덩이 추경을 두고 정부는 나랏빚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는 중이다. 농어민 지원금만 해도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두 선별 지급은 가능해도 전 가구 지급은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 추경과 불어난 나랏빚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
여ㆍ야ㆍ정 대립 속에 심사가 줄줄이 보류ㆍ지원되면서 수조원 단위 주요 추경 사업이 소소위원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회의록 공개도 없이 소수 여ㆍ야 의원 중심으로 ‘깜깜이 심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졸속 추경 심사 끝에 나랏빚 급증은 예정된 수순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이미 9조9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의 잇따른 증액 요구에 이번 추경에서만 국가채무가 10조원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에 편성하는 추경인 만큼 지출 구조조정도 쉽지만은 않다. 국채 발행 외에도 각종 잉여금과 기금 재원을 끌어다 써야할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네 차례의 추경이 편성됐다. 이 중 정부 지출안이 국회를 거치면서 늘어난 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2차 추경뿐이었다. 당시에도 정부가 써낸 총액 7조6000억원이 국회에서 12조2000억원으로 늘면서 계획에 없던 국채 3조4000억원을 추가 발행해야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일부 필요한 시기이므로 야당도 일자리 예산을 줄이자고만 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추경을 증액해 국채를 더 찍어낼 가능성이 높은데, 올해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적인 재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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