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로 선거는 거대 양당의 양강 구도로 짜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후보가 발진 채비를 갖춘 지 오래다. 1년도 안 남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까지 지닌 선거이니 양당의 총력전은 불가피하다. 지지층을 결집해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려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극심한 과열과 혼탁이 우려된다. 벌써 만연한 네거티브와 선심성 공약은 이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증거다. 사실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이므로 서울시정을 맡을 능력과 자질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선거전은 그런 당위가 절대적 정당성을 갖지 못할뿐더러 더 큰 잣대로 작동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의 성추행과 극단적 선택 탓에 치르게 된 것인 만큼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자치단체장 한 명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여권과 정부에 대한 심판 의미가 부각되는 배경이다. 당헌을 고쳐 여당이 내지 말아야 할 후보를 낸 건 모두가 잘 안다. 현재 야당 지지자들은 어느 때보다 심판 열망이 강하고 여당 지지층은 그런 심판의 정서에 동조하든 않든 야당의 대안능력과 책임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투표 당일까지 표심은 계속 움직일 것이다. 여느 선거처럼 양당의 지지층 동원과 중간층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단일후보가 된 후 일성으로 오 후보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했다. 반면 박 후보는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구도"라고 했다. 오 후보는 야권 승리를 통한 정권 교체의 교두보 마련에 강조점을 둔 것이고 박 후보는 재임 2기 때 중도 사퇴했으나 2006년 7월∼2011년 8월 서울시장을 지낸 오 후보의 경력을 짚어 인물 구도로 판을 정리한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싸움은 시작됐다. 두 후보는 검증을 위한 최소한으로만 의혹에 관한 정치공세는 절제하고 대안과 비전을 집약한 정책으로 경쟁해야 옳다. 뒷받침할 자료나 근거도 없이 의혹을 부풀리고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리면 역풍을 맞아 표로 응징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집값 폭등으로 관심이 큰 두 후보의 재개발ㆍ재건축 허용 등 주택공급 공약 일부는 1년 2개월 임기의 시장이 할 일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버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중앙정부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거나 주변 집값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반값 아파트는 믿음이 쉽게 가지 않고 전체 서울시민 재난위로금 10만 원 지급은 가불한 금권선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약은 내놓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지켜도 두고두고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세세한 재원조달방안이 첨부된 공약이어야 믿음이 생기는 이유다. 과거 청계천 복원과 버스 운영체제 혁신처럼 호응받은 체감형 정책이 없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2주여 남은 기간 열띤 정책 토론과 대안 경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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