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작년 9월 이후 최대 낙폭
"푸틴, 살인자" 발언놓고 충돌
미 제재 나서면 러 증산 '맞불'
유럽 코로나 재유행 등으로
수요 회복 더뎌 재고도 증가
당분간 가격 불안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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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설전의 최대 피해자는 유가였다. 러시아가 원유를 시장에 풀어 미국의 대러 제재에 맞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자 경기회복 기대감에 한동안 오름세를 이어가던 국제 유가가 7% 넘게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지정학적 갈등 등 불안 요인이 당분간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1% 떨어진 배럴당 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59.23달러까지 떨어지며 이달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5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날보다 6.94% 빠진 63.28달러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국제 유가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설전이 유가 폭락을 이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을 겨냥하며 자신을 살인자라고 표현한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또 19일과 22일 중 온라인으로 만나 공개 토론을 하자고 받아쳤다. 러시아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고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크게 반발하며 ‘맞짱 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평가한 점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 카드를 빼들면 러시아는 증산 카드로 원유 가격을 떨어뜨려 저유가에 취약한 미국 셰일가스 업계를 압박할 수 있다. 셰일가스의 채굴 원가는 평균 45달러로 알려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셰일가스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가 증산하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가 폭락의 충격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셰일가스 업체가 사실상 줄도산할 수 있다.
더딘 수요 회복도 유가에 부담이다. 지난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각국이 저탄소 기조로 돌아서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사람들의 근무·이동 패턴이 바뀌었다며 세계 휘발유 수요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원유 재고가 예상치(140만 배럴 증가)보다 많은 240만 배럴 늘었다고 발표한 점도 악재가 됐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연구원도 “브렌트유의 백워데이션 신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워데이션은 현재 수요가 증가해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앞지를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백워데이션 신호가 약해졌다는 것은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며 접종이 재개됐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백신 접종 속도보다 빨라 경제활동과 이에 따른 석유 수요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과민 반응을 보인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불안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도 크림반도 합병 기념일 전후로 대내적인 결집을 꾀한 것이며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도 지난달 한파로 경제활동이 마비된 일시적 영향이라는 것이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루이즈 딕슨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 취임 초기 각국의 외교 신경전으로 유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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