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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다시 공석된 ‘2호 코로나 치료제’…녹십자·엔지켐 등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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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 종근당, 식약처 허가 불발
녹십자·엔지켐, 4월까지 허가 신청 계획
부광약품·대웅제약도 "가능한 한 빨리"

조선비즈

혈장치료제의 혈장 분획과정을 지켜보는 연구원의 모습. /GC녹십자 제공



셀트리온(068270)에 이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산 치료제 2호 자리가 공석이 됐다. 종근당(185750)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불발되면서 뒤이은 주자들이 이 자리를 놓고 다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9일 식약처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종근당을 제외하고 GC녹십자(006280), 엔지켐생명과학(183490), 부광약품(003000), 대웅제약(069620)등 4개사가 임상시험 2상을 완료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식약처에 치료제의 사용 허가(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려면 2상 결과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이 4개사가 2호 치료제 유력후보인 셈이다. 이 중 녹십자와 엔지켐은 식약처 허가 신청일을 다음 달까지로 못 박은 상태다.

녹십자는 혈장치료제의 중증환자 대상 2상 시험을 지난해 12월 31일 끝내고 현재 데이터를 도출하고 있다. 이달까지 도출을 끝내고 다음 달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국내 의료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여왔고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도 혈장치료제 임상이 진행 중인 만큼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마땅한 치료제가 없을 경우 의료진의 판단으로 아직 허가 전인 약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에게는 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이날까지 41건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몸속에 만들어진 중화항체라는 면역성분을 추출하고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약이다. 이 치료제를 만들려면 다수의 완치자로부터 혈액을 공여받아야 한다. 녹십자에 따르면 이날까지 완치자 4000명 이상이 혈액을 공여했다.

경증·중등증 환자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 부광약품과 엔지켐은 각각 지난해 4, 5월 국내에서 1, 2번째로 임상 2상에 들어갔지만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발주자로 밀려났었다. 두 기업은 지난 1월에야 각각 60명씩 환자 모집을 마쳐 다시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엔지켐은 지난달 중순 시험을 마치고 이달 내 식약처 허가 신청을 목표로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엔지켐은 신약 후보물질 ‘EC-18’이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 효능과 중증을 완화하는 항염증 효능을 모두 보여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허가 신청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역시 지난달 말에 마친 2상의 결과 데이터를 도출하는 대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부광약품의 치료제 후보 ‘레보비르’는 만성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세포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능이 발견돼 코로나19 치료제로 새롭게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를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용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 앞선 세 기업보다 먼저 임상 2상을 끝내고 중간결과를 얻었지만, 식약처 허가 신청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80여명 대상 임상 결과, 환자의 음전 시간(바이러스 검사 결과 양성에서 음성 판정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식약처가 "치료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허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린 종근당의 치료제 후보 ‘나파벨탄’도 음전 시간을 위약군 대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다는 전문가 평가를 받았다.

대웅제약은 피시험자 수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대한 빨리 결과를 얻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종근당은 지난 8일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셀트리온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했지만, 지난 17일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전문가 자문 결과가 나오면서 허가가 불발됐다. 정부는 종근당이 치료 효과를 입증하도록 임상 3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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