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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애틀랜타 총격 사건

아시아계 6명 숨졌는데, 애틀랜타 경찰 “인종혐오 단정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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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인 성중독 문제 있었다”

현지 한인 “아시아계 소수이다 보니

흑인도 아닌데 뭐 어때 생각하는 듯”

바이든 “아시아계 미국인 걱정 안다”

마사지숍 앞엔 시민들 추모 발길



박현영 특파원, 총기 난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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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과 화교 등 소수민족 활동가들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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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한인 여성 3명이 총격으로 숨진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골드 스파’ 앞. 추모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꽃과 캐리커처, ‘당신은 소중합니다’란 한글 손글씨가 고인들을 위로했다. 중국계 빙 루(53)는 “아직 이 사건이 인종 혐오범죄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누구든 피부색과 인종을 이유로 판단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같은 시각 애틀랜타 시청사에서는 열린 수사당국의 첫 기자회견. 당국은 전날 아시아계 스파 3곳에서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로버트 에런 롱(21)의 범행 동기가 섹스 중독과 관련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데 인종적 동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수사 책임자는 “아직 이르지만, 용의자는 인종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그에겐 섹스 중독이란 문제가 있으며, 이런 (범행) 장소들은 없애고 싶다는 유혹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자 8명 중 7명이 여성이고, 그중 6명이 아시아계여서 사건 직후부터 인종이나 여성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수사 당국이 그럴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날 수사 당국은 8건의 살인과 1건의 중상해 혐의로 롱을 기소했다. 숨진 한인 여성 4명은 70대가 2명, 60대가 1명, 50대가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젠더와 인종 모두 타깃으로 한 범죄”

수사당국이 인종주의 관련성을 인정하기를 주저하자 아시아계 시민 사회와 정치권, 전문가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아시아계 업주가 운영하는 업소만 찾아가 아시아계 종업원을 살해한 것이 어떻게 인종 범죄가 아닐 수 있느냐는 반박이다. 아시아계 여성 6명이 한꺼번에 숨진 사실만으로도 인종 범죄를 입증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방검사 출신의 산 우 CNN 법률 분석가는 “이건 젠더와 인종을 모두 타깃으로 한 범죄”라며 “연방과 주 법에 따라 증오 범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드 리우 연방하원의원은 “용의자는 아시아인 운영 업소에서 첫 범죄를 저지른 뒤 27마일(43㎞)을 운전해 두 번째 아시아 업소를 찾아가 범행하고 세 번째 아시아 업소에 갔다”며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로 인종 혐오 범죄”라고 지적했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아사샤 랑가파는 CNN에서 “용의자가 설사 성도착증이 있다고 해도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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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건의 현장인 골드 스파의 벽에 17일 추모의 꽃과 ‘우리는 서로 지키고 연대할 것이다’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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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 정치인들은 인종 혐오 범죄 여부에 대해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기가 무엇이든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FBI와 법무부로부터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조사가 완료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은 동기가 뭔지 모른다”며 “누구도 어떤 형태의 증오에 직면할 때 침묵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앤드루 양 뉴욕시장 후보는 “미치광이에게 범행 동기를 물어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온전치 못한 용의자의 일방적 주장을 거르지 않고 공개 석상에서 전파하는 것 자체가 수사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사 책임자 베이커가 “용의자는 진저리가 난 상태였고, 약간 지쳐 있었다”며 “어제는 그에게 ‘운수 나쁜 날(bad day)’이었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가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은 누군가 ‘운수 나쁜 날’을 보낸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사설을 싣는 등 후폭풍이 거세자 프랭크 레이놀즈 보안관은 CNBC 방송에 출연해 사과했다. 그는 “용의자가 인종에 대해 말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수사팀은 롱이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현재 누구와 살고 있는지 ▶사용한 총기는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인지 ▶범행을 저지른 업소를 과거 이용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섹스 중독이 범행 동기라고 주장하면서도 기초적인 사실관계는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페북 “용의자의 중국 비방글은 조작된 것”

일각에선 범행 동기를 용의자 개인의 질병 문제로 몰고 가 인종 범죄로 확대할 가능성을 줄이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한인은 “인종 차별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주제니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느낌”이라며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워낙 소수이다 보니, ‘흑인도 아닌데 뭐 어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SNS에서 퍼졌던 용의자 롱의 중국 비방 게시글에 대해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17일 “해당 게시글은 조작된 것”이라며 “이를 공유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중국은 코로나19 은폐에 관련돼 있다. 중국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애틀랜타=박현영 특파원, 김홍범 기자

권순우 애틀랜타중앙일보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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