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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취업자 47만명 감소에도 "고용 개선", 홍남기 '곡학아세'…전문가 "의미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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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효과 예상되는 ‘3월 고용’에 대해선 "개선세 이어질 것"
2월 ‘고용 서프라이즈’ 美 경제 관료들은 ‘침묵’
전문가들 "마이너스 줄었다고 개선 언급은 의미 없는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2월 고용동향’에 대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한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눈에 띄게 완화된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자리 개수로만 고용 성과 지표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취업자수가 감소하는 것 자체가 고용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마이너스(-) 폭이 줄었다고 ‘개선’이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도를 벗어난 논리로 아첨한다’는 의미다.

정작 실업률 등 2월 고용지표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 수준의 회복세를 보인 미국에서는 어떤 경제관료도 언론 등에 "서프라이즈급 회복"을 언급한 사례가 없었다. 홍 부총리가 고용지표 등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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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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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백신 접종, 수출 개선, 작년 기저...3월에도 고용 개선 이어진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만3000명이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발 외환 위기 이후 가장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던 전월(98만2000명) 대비 감소폭은 다소 줄었다. 감소폭이 전월 대비로는 줄었더라도, 47만3000명은 취업자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세번째로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지난 1월 100만명에 가까웠던 취업자 수 감소폭 47만명으로 둔화된 것을 두고 홍 부총리는 "1월보다 감소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방역 여건 개선으로 대면서비스업 고용이 빠르게 회복한 것이 주요 요인이고, 공공일자리 재개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2월 고용지표에 대한 ‘자화자찬’에서 멈추지 않고 3월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백신접종 개시, 방역 거리두기 완화, 수출개선세 지속, 작년 3월 고용 충격에 따른 기저 영향 등 감안시 3월에도 고용지표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방역긴장감 유지 속에 정부는 고용시장‧일자리 상황이 더 빠르게 개선되도록 정책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용 개선’이라는 진단은 지나치게 안이한 상황 인식인데다, 큰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 외에는 경제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거나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고용 개선이라기보다는 그냥 ‘감소폭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적어도 한 분기 정도의 흐름과 추세를 봐야하고, 이 추세상으로 봤을 때 정부가 돈 투입한 것 외에는 경제가 좋아질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월 고용 지표 개선 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 사업을 통해 늘릴 수 있는 부문의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가 지난해 2월 말부터임을 감안하면 올해 1·2월과 달리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지만, 이는 ‘고용 개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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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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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개수에 집착하는 정부… "고용 지표 신뢰성 깎아먹는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고용 지표를 떠받치면서, 고용 지표를 통한 실물 경제 진단·파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 등 재정 일자리 사업은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지표"라면서 "이 때문에 일자리 개수로 일자리 창출 성과 지표를 평가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실물 경제가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는 인구 수 등이 주가가 출렁이도록 할 만큼 중요한 고용 실물 지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고용 성과 지표가 일자리 개수여서 이를 늘리는 데만 집착하고 있어 고용 통계가 실물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일자리 개수는 늘어날지라도 질 좋은, 지속되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라는 비판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주간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71만2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주 75만4000건 대비 하락한 것이고 시장 예상치 72만5000건 보다도 낮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낮은 지난해 11월보다 살짝 높았다(slightly higher than the previous pandemic low recorded last November)"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5일 발표된 2월 실업률도 전월의 6.3%에서 6.2%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4월의 실업률이 14.8%까지 치솟은 것에 비해서는 확연히 개선된 것이다.

이같은 고용 호조에도, 자넷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고용 개선" "기저 효과로 다음달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는 외신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경제 관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주가 등 몇몇 경제지표를 자신의 자랑처럼 자화자찬하는 글을 트위터 등에 올렸지만, 경제지표를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일일이 평가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게 불문율"이라면서 "경제지표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거나,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각종 고용지표를 엄정하게 분석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노동 생산성 문제다. 노동시장의 생산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떨어지고 있었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교수는 "여러 정부 정책이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식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었다"며 "코로나19로 노동시장 내 격차가 더 벌어진 지금,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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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2월 고용동향에 대한 평가 전문./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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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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