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얀마 승려 빤디따 스님이 전하는 현지 상황
첫 시위부터 마을 주민과 참여
파출소장 “나가지 말라” 연락
한국에 상황 알리는 활동 집중
율원 스님은 2010년 한국을 떠나 미얀마에서 새로 계를 받고 빤디따라는 이름의 미얀마 승려가 됐다. 미얀마 서쪽 라카인주에 살고 있는 빤디따 스님은 14~1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쪽에서 발생한 일을 지구 반대편에서 아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나의 일과 남의 일이 따로 없다. 미얀마 군부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 14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다.
“14일 저녁에 30명 넘게 죽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위대 사람들 사이에서는 70명이 넘게 죽었다는 말도 나온다. 15일 현지 뉴스에서는 쿠데타 이후 모두 131명이 죽었다고 한다. 시민들 사이에도 (군경의) 스파이가 많이 생겨서 경찰에 (시위대를) 일러주고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심하는 상황이 됐다.”
- 현지 승려들도 시위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나도 2월4일 첫 시위부터 마을사람들과 참여했다. 군부가 거리에 나뭇가지로 1~3차 바리케이드를 쳐놨더라. 3번째 바리케이드까지 가면 바로 실탄 사격을 한다. 한국처럼 전경, 의경하고 으쌰으쌰하는 게 아니라 바로 총을 쏜다. 이걸 아니까 여기 사람들은 앞으로 안 나간다. 사람들은 시위한다고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저쪽은 실탄이 있다.”
- 위험하진 않나.
“시위에 몇 번 나가니까 내가 사는 지역의 파출소 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님 시위에 나가지 마세요. 여기는 한국 아닙니다. 큰일 납니다’라고 말하더라. 지금은 시위대 300인분 정도 밥을 해주고 페이스북으로 한국 시민들에게 현지 상황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어떻게 시위에 나가게 됐나.
“여기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선하고 순수하다. 옛날에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스님들이 (시위를) 이끌어주고 할 게 없지만, 여기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
- 경제·코로나 상황은 어떤가.
“경제가 멈추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의 금탑에서 군부가 금판을 뜯고 있다. 쿠데타 전에 미얀마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는데 시위 때문에 많이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병원도 파업을 해 치료도 어렵다. 그렇지만 코로나19는 이제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게 됐다.”
-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국제사회가 경고를 해도 군부는 다음날 더 많이 살생하고 있다. 군부는 지금까지 한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사람을 죽일 것 같다. 내가 사는 이 시골 마을에도 경찰차, 군인이 밤마다 돌아다닌다. 장담하긴 어렵지만 시위는 그래도 계속될 것 같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주 한국 정부의 제재 소식에 미얀마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군부와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안다. 더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군부를 제재해서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쪽의 고통은 저쪽의 고통으로도 이어진다. 미얀마 군부는 인간의 존엄과 문명을 파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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