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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경기 여주 한 마을 외지 지주가 91%…허술한 농지법 'LH투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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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 부추기는 농지법 ◆

작년 11월 제주지방경찰청이 제주 내 개발 호재가 많은 서귀포시 일대 부동산 투기와 농지법 위반자를 일제 단속한 결과, 총 188명의 땅 소유주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상당수가 외지인으로 타 지역 공무원도 10여 명에 달했다. 구입 농지 대부분은 1000㎡ 이하 '주말농장' 체험용이다. '영농법인' 간판을 단 기획부동산들이 쪼개 판 땅들이다. 소규모 토지의 경우 외지인도 보유 가능한 맹점을 이용해 서울·경북 등 지역 공무원들까지 가세한 '원정투기판'을 벌인 셈이다.

농지법상에 '주말농장' 체험용 등 비농업인·외지인도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 허술한 규정이 수두룩해 전국 개발 예정지 주변에 일반인·공직자·정치인까지 가세한 '투기판'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과정에서 불거진 농지법 '허점'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부처에서 농지법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H 부장 A씨는 2018년 2월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노온사동의 농지 992㎡를 매수했다. A씨는 아내인 B씨와 절반씩 공동 등기했고 농업경영계획서엔 '주말·체험영농'이라고 적었다. A씨 부부는 해당 토지를 구입한 후 남에게 경작을 맡겼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 신분이라도 농지법상 1000㎡ 미만의 농지는 취득 가능하지만 위탁 영농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법적인 농업인 지위가 부여되는 1000㎡ 이상 경작 토지에만 농가보조금 지급을 전후해 확인할 뿐 소규모 토지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지법상 예외 조항은 생육기간 2년 이상 식물을 경작할 경우 개인도 농지를 계속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에 다른 LH 직원 C씨가 526㎡ 농지를 사들인 후 '용버들'을 빼곡하게 심은 이유 중 하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농지법상 비(非)농업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은 무려 16개에 달한다. 박석두 GS&J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산간 벽지나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의 경우 주말체험농장 등 어느 정도 비농업인의 토지 보유가 필요하지만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인근의 경우 부작용이 큰 만큼 세제를 포함한 엄격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송민근 기자]

투기의 유혹…상속 받아도, 농사짓다 관둬도 농지 소유가능

예외조항에 구멍뚫린 농지법
합법적인 '가짜 농민'만 양산

"여주 한 마을 부재지주가 91%"
기획부동산 투기대상으로 전락

뒤늦게 농지법 개정나선 정부
"자금 조달계획까지 받을 것"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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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가짜 농민 행세를 벌여 가며 농지를 취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에도 불구하고 각종 예외 조항을 활용하면 사실상 아무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법이 있다. 경자유전은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보유하게 하는 원칙이지만, 농지법을 꼼꼼히 뜯어보면 사실상 거의 경작을 하지 않고도 대규모 농지 소유가 가능하다. 허술한 농지법이 농사를 위해 소유돼야 할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지법 6조 1항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2항에는 비농업인의 농지 보유가 가능한 16가지 예외 조항이 나열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LH 직원들이 투기에 활용한 주말농장 및 체험영농 목적의 1000㎡ 규모 농지 보유 허용 조항이다. 이 외에도 △상속받아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 최대 1만㎡ △8년 이상 농사짓던 사람이 농사를 그만둔 경우 최대 1만㎡ △경사율이 15% 이상인 농지인 경우 최대 1500㎡ 등 다양하다. 예외 조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차명 매입 등 방법은 많다. 예외에 속하는 대표적 사례가 작년에 논란이 컸던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과천 신도시 땅이다. 박 전 차관은 경기 과천시 과천동에 1259.5㎡ 규모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강남 접근성이 높아 신규 택지 후보지 중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하지만 박 전 차관 토지는 농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 전 차관은 해당 용지를 1990년 4월에 증여받았는데, 1996년 농지 보유 등 조건을 명확히 하는 농지법 개정을 하면서 정부가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만 법을 적용하고 이전에 취득한 토지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전 차관은 농사를 짓지 않았어도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구멍 뚫린 농지법에 의한 도를 넘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실태는 정부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경기와 경남 등 농지 8128필지를 조사한 결과, 비영농 부재지주의 농지가 전체 조사 면적 1064㏊ 중 324㏊(30.5%)에 달했다. 특히 상속 농지는 부재지주 소유 비율이 48.6%로, 상속받은 농지의 절반은 인근에 거주하며 경작하지 않는 사례였다. 농어촌특위 관계자는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은 부재지주 비율이 91.1%에 달했다"며 "이 사례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농지를 자경하는 경우는 36.2%에 그쳤다"고 말했다.

농지가 외지인과 기획부동산의 투자 대상이 돼 농사를 짓지 않고 휴경이 장기화되는 농지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농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큰 문제다. 외국은 농업산업 고도화로 대규모 경작지에 첨단 농기계를 투입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농지가 투기판이 된 것이다. 실제 한국 농지 가격은 프랑스의 약 20배에 달하지만 농업 생산성은 미국 등 주요국은 물론 제조업 등 다른 산업보다 떨어진다.

이에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1000㎡ 미만 농지를 매입할 때도 영농계획서를 받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농지를 매입한 사람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도 1000㎡를 초과하는 농지를 매입할 때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받은 만큼 이 방법으로도 투기를 근절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의무 기입 사항이 아니던 농지 매입자의 직업과 영농경력 기재를 포함해 자금조달계획까지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계획서에 실제 농사지을 노동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방안까지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실제 농사를 지을 인원들이 농지를 매입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도록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검토안 외에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지법 전문가인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서류 구비에 더해 도 단위나 전국 단위의 공신력 있는 농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 교수는 차명 투기에 대한 방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 교수는 "명의 제공자가 원래 명의자에게 보유 재산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불법원인급여'를 농지법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상속 등 불가피한 소유의 경우에도 농지를 영원히 소유하지는 못하도록 처분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운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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