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원생들 "램지어 위안부 논문, 방법론·의미 모두 문제" 공개비판

[경향신문]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태평양 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 논문.

미국 하버드대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공개 비판했다.

12일 하버드대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생 84명(현지시간 오전 10시 기준)은 “우리 대학원생들은 위안부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는 동시에, 램지어 교수 논문에 담긴 방법론적 결함과 문제적 함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가 연구를 한 방식과 연구의 의미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증거 없이 실제 역사를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램지어의 논문에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며 “그러므로 그의 논문은 역사부정주의일 뿐, 수정주의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도외시하고 사료를 왜곡하는 행태는 곧 피해 생존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킴과 동시에 증언의 신빙성마저 무시하는 처사”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여성들이 겪었던 참혹한 역사적 경험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역사 속의 수많은 잔혹 행위들에 대해서도 그 심각성을 축소시킨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부정’이라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해당 여성들의 법적 권리 및 배상권을 부정함으로써 또 다시 실재적인 피해를 입히는” 가해 행위라고도 했다.

‘학문의 자유’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이지만, 그러려면 먼저 해당 연구가 실제 위안부 당사자들이 겪은 경험적 증거들과 맞아 떨어지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이들은 “의미있는 학술적 논쟁은 모든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동등한 연구 수준에 있을 때 가능하다”며 “램지어 교수 논문의 공과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로 학문의 자유를 호명하는 행위는 되려 그 개념의 가치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학문 연구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환기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학문이 인류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상을 믿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서 드러난 ‘담론 권력의 오용’이 설 자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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