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발포 명령 거부 후
인도로 넘어온 경찰 증언
자동소총 발사 지시 언급도
시위대 사살 지시를 거부하고 인도로 도피한 미얀마 경찰 타 뼁이 9일 인도 북동쪽 국경 지역인 참파이에서 기자에게 경찰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참파이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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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시위대를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사살 명령을 따를 수 없어 인도로 월경한 경찰의 증언이다.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군부가 자동소총 발사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진압하는 양상은 더 잔혹하고 무자비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대를 향해 죽을 때까지 총을 쏘라는 상부 명령을 거부한 일부 미얀마의 양심 경찰들이 인도로 도피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인도의 한 고위 관리는 미얀마에서 경찰과 그들의 가족 약 100명이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인도로 넘어왔다고 전했다.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로 복무한 타 뼁(27)은 로이터에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해산시킬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무릎 아래만 쏴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7일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거절했고, 이후 명령을 강요받아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또 “자동소총을 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나와 6명의 동료 모두 불복종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1일 가족을 두고 집을 떠나 사흘간 밤에 이동하면서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에 도착했다. 로이터는 타 뼁의 경찰 신분증과 경찰 제복을 입은 사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은 자신이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전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민주화운동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6일 미조람의 바파이 마을로 가는 길을 찾았다. 인도로 넘어가는 데는 143달러가 들었다.
일부 양심 경찰들이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고는 있지만, 시민들을 향한 폭력은 더 잔혹해지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에 불복종하는 시위가 일어난 뒤 시민 6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약 2000명이 구금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성년자들이 체포돼 쇠사슬로 폭행을 당한 사진이 올라왔다. 군경이 젊은 시위대 200명을 잡기 위해 사방을 차단하고 ‘토끼몰이’를 하는 영상도 게재됐다. 군경은 건물로 숨은 시위대를 잡기 위해 집집마다 뒤지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군부는 SNS에서 시위 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불심검문으로 시민들의 휴대전화까지 검사하고 있다.
유혈 진압과 파업으로 경제가 마비되자 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미얀마 시장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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