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3분기 70달러대 전망도… 경상수지 하방요인 되나
"하반기 수출 증가세 장담 못해… 유가 상승 여파 더 클수도"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산유국들이 감산을 유지하기로 한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원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2~3분기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뛸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를 연간 640억달러로 전망하면서 유가를 연평균 56달러로 가정했다. 일단은 유가가 오르더라도 수출이 예상보다 늘어나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가 변동성이 커진다면 경상수지의 흐름 또한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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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70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5억8000만달러) 대비 64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전년동월대비 확대된 건 8개월 연속이다. 자동차,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이 1년 전보다 9.1% 늘어나면서 상품수지(57억3000만달러)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 컸다. 수입 증가폭(0.5%)보다 수출이 훨씬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입액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오르고 있어서다. 1월 경상수지에 반영된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51.2달러로 여전히 1년 전보다 25%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급등세다. 전날(현지시간)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70달러를 넘어서 거래됐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이 예상과 달리 감산을 유지한 영향이 가장 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국가와 다른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가 당초 증산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감산을 유지했다. OPEC+는 지난 4일 하루평균 700만 배럴씩 감산하는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전날 유가 급등세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내 세계 최대 석유운송기지를 공격한 여파도 반영됐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유가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골드만삭스(GS)를 비롯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2분기 이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달러씩 상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는 2분기중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3분기 원유 수요가 정점에 달하게 되는 데 국제유종인 브렌트유 기준으로 7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고, 두바이유도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픽=정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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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당장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640억달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국제유가 전제치는 배럴당 56달러로, 앞으로 이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수출이 2월 전망치보다 증가할 것으로 봐서다. 세계 수요회복에 반도체 수출단가가 올라가고 있고, 유가 상승이 일부 수출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더 상승하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2월 경제전망 당시보다 수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경상수지 전망치 640억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수출이 이를 상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의 수출 호조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장담할수는 없다는 것이다. 주요국 대비 봉쇄조치가 약했던 만큼 글로벌 교역회복 초기 반사이익을 봤던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수출이 최근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공장 가동을 지속했던 영향이 크다"며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측면이 경상수지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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