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편 관세’, 韓 타격 불가피
멕시코 투자 이력 기업만 2000여곳
2023년 투자금만 1조 500억원 달해
대미 수출 최대 13.6% 줄어들 우려
韓 2025년 성장률 전망 1%대 줄하향
2025년 中 경제성장률 둔화 충격 예고
韓도 수출·산업 증가율 피해 불보듯
경기부진 우려에 벌써 소비심리 위축
11월 CCSI 100.7… 전월比 1%P 떨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중국과 긴밀한 경제 파트너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초강경 관세 부과를 예고해 통상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남부 브라운빌 인근 보카치카해변에 위치한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가 개발한 달·화성 탐사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시험비행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브라운빌=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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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수천 명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면서 범죄와 마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나는 1월20일 내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나는 펜타닐을 비롯해 상당한 양의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이런 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어떤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할 것(additional 10% Tariff, above any additional Tariffs)”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최근 마약 문제의 근원인 펜타닐은 멕시코의 갱단 등이 중국에서 원료를 가지고 와서 만들어 미국으로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대(對)중국 추가 관세의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 문제를 이유로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 업체의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나 멕시코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25%의 관세 언급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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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미국 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긴밀하게 통합된 북미 시장에 의존하는 산업의 경우 비용이 특히 높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수입 제품 가격에 25%를 추가하면 많은 제품이 너무 비싸져 대륙 전역의 무역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에 직접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과 지정학적·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진 캐나다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미국·캐나다 동맹에도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도 피해 우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를 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우리 기업은 2000개가 넘는다. 한국의 대멕시코 투자 금액은 지난해 7억5400만달러(약 1조500억원)에 이른다.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생산 가전과 자동차 등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멕시코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받아 북미지역 공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캐나다 외 지역에서 들어온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26일 “기업들은 미리 수입을 당기거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부품을 한국이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 가져오는 식으로 대응을 고민할 것”이라며 “제품 판매처도 북미가 아닌 중남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發 위기 해법 찾기 모색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도래와 한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2024 한국경제인협회(FKI)-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공동 콘퍼런스-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에서 애덤 포즌 PIIE 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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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까지 실행하면 한국은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의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10∼20%) 정책 실행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3.6%, 158억달러(약 2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정책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견기업들도 트럼프 2기의 관세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 23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대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중견기업계 의견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6.4%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중견기업계는 불확실성 확대 요인(복수응답)으로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43.9%)와 고강도 관세정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35.9%), 대중국 통제 강화에 따른 중국 리스크 증가(13.3%) 등을 꼽았다.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트럼프의 주요 공약으로도 보편·상호적 관세 확대(39.5%)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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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환율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앞서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HSBC·노무라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5곳도 1%대 성장을 예상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전무)는 “수출 약화는 이미 올해 하반기 시작됐고 이에 따라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100.7로, 10월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CCSI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향후경기전망(74)이 전월 대비 7포인트나 빠지며 지난해 11월(7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락폭은 2022년 7월(-19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김수미·이진경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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