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노트]
LH 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징역·벌금 병과, 몰수 등 엄벌 추진
택지 개발은 1970년대식 주택 공급
1990년대 초반 개발된 대표적인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 2000만㎡의 허허벌판이 수용과 보상을 거쳐 주택 10만가구가량 들어선 대규모 주거지로 탈바꿈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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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벼르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무관용 하게 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감독과 처벌을 강화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는 공공주택사업자, 국토부, 관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등 관계기관, 용역업체 등에 근무하는 사람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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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벌금, 이익 몰수·추징
제출 법안들에 따르면 정보 유출 처벌 대상자 범위를 관련 기관 또는 업체에 종사했거나 종사하는 사람과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은 사람으로 확대한다. LH 사장이 연간 1회 전체 소속 직원 및 임원의 주택·토지 거래 전반에 대해 정기 조사를 해 공개한다.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린다.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투기로 취득한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한다.
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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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처벌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까. 이번 사태를 흔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한다. 생선은 놔두고 윽박만 지른다고 고양이가 부뚜막에 오르지 않을까.
신도시 개발의 ‘비밀주의’가 생선 냄새를 더욱 풍기게 했다. 신도시 개발지는 팔기 어렵고 돈이 별로 되지 않는 땅이 개발 덕에 ‘황금알’이 된다. 보상금이 시세보다 다소 저렴한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지더라도 개발 이전에 기대할 수 없었던 뭉칫돈이다. 2015년 말 대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기도와 시흥시 땅값이 각각 20%, 18% 올랐는데 같은 기간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내 대지는 2배가량인 38%(공시지가 기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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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람 전까지 비밀 유지
신도시 예정지는 정부에서 발표와 동시에 하는 대상지 주민공람 전까지 비밀로 취급된다. 법에도 “주민 등의 의견청취를 위한 공고 전까지는 관련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투기 방지책의 목적으로 주민공람을 통해 공개하기 전까지 비밀에 부치지만 비밀주의가 오히려 투기를 더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신도시로 개발만 되면 ‘대박’이기 때문이다. 숨길 수록 알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진다.
어느 날 발표할 게 아니라 국토계획 등을 통해 계획적으로 택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비밀주의보다 ‘공개주의’가 투기 심리 차단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신도시를 갑자기 발표하는 식으로는 사전 정보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 등으로 장기적으로 택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후보군을 설정해 토지거래허가제도 등으로 투기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보상 요건을 까다롭게 해 외지인 투기 수요를 걸러내는 게 관건이다. 현재는 주민공람일 기준으로 땅을 갖고 있으면 보상 대상이다. 주민공람일 하루 전에 땅을 사도 보상받는다.
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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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기준 시점이 주민공람일 이후 지구지정일이어서 그 사이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다.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지구 등은 주민공람일 이후 10개월 정도 지나 지구지정이 이뤄졌다. 교산 주민공람일이 2018년 12월 19일이고 지구지정일이 2019년 10월 15일이다.
외지인은 1억원 초과분 채권보상 외에는 보상에서 원주민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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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개발, 주택공급 '효자'
이번 사태로 신도시 등 택지개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예 생선을 없애고 요리법을 바꾸면 고양이가 생선을 탐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의 수용과 보상을 통한 택지개발은 그동안 주택공급 효자였다. 1980년 말 전두환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진 택지개발촉진법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법안 제안 이유가 ‘도시지역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를 개발·공급토록 함’이었다. 처음부터 서울 주택난 해소 방안을 서울 이외에서 찾은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준공한 택지지구가 700여곳 5억8500만㎡다.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2000만㎡)를 29개 만든 셈이다. 건립 가구 수가 400만가구로 2019년 기준 전체 주택 1600만가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투기 바람이 거세고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로 환경 파괴 논란까지 일고 있는 택지 개발의 폐기론이 적지 않다.
자료: 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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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한 말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91%가 도시화가 완성돼 더는 도시로의 이동은 없는 상태”라며 “기존에 있는 도시 인프라(기반시설)를 이용해서 밀도를 더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굳이 지금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또 다른 택지를 만드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며 “그런 일들은 1970년대에 많은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에는 필요했던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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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고밀개발 통한 주택 공급
정부도 지난달 4일 발표한 2·4대책에서 도심 고밀개발로 주택공급정책 방향을 잡았다. 2·4대책 주요 내용이 도심 고밀개발을 통한 대도시 주택공급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제로 에너지 등 신기술 발전, 비대면 소비 등 생활패턴 변화에 맞춰 도시 공간구조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개발은 단발성 프로젝트이자 주택공급 ‘하수’(下手)”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택지 개발에 기대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어서다. 택지 개발은 주민 동의 요건이 없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은 멸실 주택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늘어나는 물량이 많지 않다.
1990년대 초반 분당 등 1기 신도시 개발로 서울 집값을 잡은 짜릿한 재미도 봤다.
절박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신도시 투기 방지책도 중요하지만 민간 참여 활성화 등으로 도심 고밀개발 속도를 내야 한다. 40년 된 '레시피'를 바꿀 때가 됐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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