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오(공화당), 바비 헤논(민주당) 필라델피아 시의원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공동발의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반박 결의안은 지난 4일 시의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4페이지로 이뤄진 결의안의 제목은 ‘세계 2차대전 전후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성노예가 된 수천 명의 여성에 대한 역사적 합의와 증거에 모순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반박’이다. 연방의회나 주의회 차원은 아니지만 인구 규모 6위의 대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건 이례적이다.
결의안은 “성노예를 강요당한 여성 수천 명에 대한 역사적 합의와 증거에 모순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반박한다”며 “극도로 부정확하고 수천 명의 피해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결의안은 일본군 위안부를 아시아 여러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한 ‘끔찍한 인신매매 제도’로 규정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지난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기부터 과거 역사를 뒤집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은 “램지어의 논문은 이들 여성에 가해진 심각한 불의, 고난을 계약 관계의 매춘으로 격하했다”며 이를 두고 최근 미국 내 한인회와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가 램지어 교수에게 사과와 논문 철회를 요구한 사실을 전했다. 또 미 연방하원과 캐나다, 네덜란드, 유럽연합 등 각국 의회에서 이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고 일본의 역사 부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을 강조했다.
결의안은 “전시 잔혹 행위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경험담이 정확히 알려져야 마땅하며, 위험한 ‘역사 다시쓰기’를 규탄해야 한다”며 “생존자들과 전 세계 여성들을 대신해 역사적 잔혹 행위를 축소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반대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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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핵심 내용은 ‘일본 정부가 조선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한 게 아니라, 매춘 모집업자와 예비 매춘부들이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려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로운 계약을 맺고 일본 고객을 상대로 장사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국제 법·경제 리뷰’ 3월호에 실리기에 앞서 초록(抄錄)이 먼저 온라인에 올라왔다.
그는 지난 1월 일본 매체 기고에서도 “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것은 순전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2019년엔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광범위한 범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며, 일본 자경단이 죽인 조선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램지어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일본법과 기업법을 강의하는 교수다.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에 능통하며, 미국 대학에서 일본사를 전공했다. 하버드대에서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교수(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미)’이며,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오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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