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4일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에 대한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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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증가율 모두 199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저성장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까지 겹친 탓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ㆍ1924조5000억원)은 1년 전보다 0.3% 성장했다. 1998년 외환위기(-0.9%) 이후 최저치다.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원화 약세의 영향이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 1월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은 -1.0%였다. 98년(-5.1%) 이후 22년만의 역성장이다. 성장률을 갉아먹은 건 민간소비다. 민간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2.4%포인트로 정부(0.8%포인트)와 순수출(0.4%포인트) 등의 고군분투를 무색하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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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인 명목 국민총소득(GNI·1940조3000억원)은 전년보다 0.2% 늘었다. 1998년(-1.6%) 이후 가장 낮다. 실질 GDP와 실질 무역 손익의 합을 나타낸 실질 GNI(1819조1000억원)는 1년 전보다 0.3% 줄었다. 감소 폭은 1998년(-7.7%) 이후 가장 컸다.
국민의 지갑도 조금 얇아졌다. 달러 기준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로, 1년 전(3만2115달러)보다 1.1% 줄었다. 2019년(-4.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1인당 GNI가 2년간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1997~98년)와 세계금융위기(2008~2009년) 이후 처음이다.
1인당 GNI는 명목 GNI를 총인구수로 나눈 뒤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국민의 평균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2018년 최고치(3만3563달러)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줄어든 국민소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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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인당 GNI가 2년 연속 감소한 데는 환율과 교역조건의 악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지난해 GDP 성장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국민의 평균적 생활 수준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GNI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소득도 포함되는 만큼 실제 가계의 체감 소득은 더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총저축률은 35.8%로 전년(34.7%)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1938조7000억원)이 0.4% 늘었지만 최종소비지출(1243조8000억원)이 1.4% 줄어든 영향이다. 씀씀이를 줄이며 쌓아놓은 돈이 더 늘어난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축률은 소비 성향의 역(逆)으로 움직이는 만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가 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디플레이터(명목GDP/실질GDP)는 지난해 1.3%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2019년(-0.9%) 1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상승 전환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GDP디플레이터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국제유가나 원자재 등 수입 물가가 더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요가 살아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1% 오르며 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물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결국 경기 회복의 키는 소비가 좌우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앞으로의 경기 회복세는 소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백신 접종 속도에 소비와 경기 회복이 달려 있다”며 “소비가 지지부진한 수준에 머문다면 결국 수출 기업의 성과와 정부가 어느 정도 빚을 늘려 빈틈을 메우느냐가 성장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ㆍ윤상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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