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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군, 조준사격뒤 환호…핏자국 감추려 모래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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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요일' 무차별 진압에 "최소 29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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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경이 시위와 관련 없는 민간인을 향해 총을 겨누며 위협하고 있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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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일요일'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전역에서 열린 반(反)쿠데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곳곳에서 희생자가 발생하자 로이터통신은 "(쿠데타 이후) 가장 핏빛으로 물든 날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하루 미얀마 전역에서는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독립 언론사 버마의민주소리(DVB)는 2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9명이고, 미확인 사망자도 10명가량 있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최소 18명이, 미얀마 군부는 12명이 사망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시민들 품에 안겨 사망한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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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전역에서 반(反)군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SNS엔 군경의 폭력적 진압을 보여주는 사진이 다수 게시됐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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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보내온 사진과 동영상에 따르면 현지 상황은 참혹 그 자체다. 양곤 청년 아웅 뗏 나잉(23)은 총에 맞은 뒤 눈이 풀린 채 사람들의 품에 안겨 있었다. 만달레이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여성도 이미 사망한 채 피를 흘리며 실려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남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한 사건도 실시간으로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이 남성의 신발과 헬멧이 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공유하며 군부를 규탄했다.



"군경 사망자 줄이려 시신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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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경이 길에서 사살한 시신을 옮겨 사망자를 은폐하려 한다는 주장이 미얀마 시위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핏자국 위에 모래를 뿌리는 장면으로 이 사건 관련, 시신이 나오는 사진은 기사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현지인 제공,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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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이 민간인 시체를 옮기면서 길에 흘린 피를 모래로 덮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지인들은 "군이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이려고 현장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한 후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등장했다. 거리에서 부상자들을 돕던 의사들이 총을 들고 발포하려는 남성의 다리를 붙잡는 모습도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했다.



"치료 못받아숨진 시위 부상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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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사망한 코 야자르 아웅(26). 만달레이에서 2명의 사망자가 나온 20일 시위 당시 머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조치를 받지 못해 나흘 만에 사망했다고 미얀마나우 등은 전했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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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피의 일요일' 전에도 희생자가 있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2명의 사망자가 나온 지난 20일 만달레이 시위 당시 군경의 총에 머리와 다리를 맞은 남성 코 야자르 아웅(26)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24일 사망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아웅의 가족들이 집안에 영정사진을 설치한 뒤 슬픔에 잠긴 모습이 라이브방송으로 전해졌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아웅은 26세로, 부인과 5살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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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SNS에 퍼진 영상. 미얀마 경찰이 누군가를 향해 조준사격한 후 환호하고 있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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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부 쿠데타 이후 2월 한 달 간 민간인 약 30명이 사망하고 113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8일 하루 동안 발생한 사망자만 29명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민간인 사망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무차별 공격하는 군경에 반감 고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최악의 유혈진압 사태 다음 날인 1일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지도자 에이 틴자르 마웅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들은 어제 총격으로 우리를 단속했지만, 우리는 오늘 다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군부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다. 지난달 25일 친군부 세력 1000여명이 맞불 시위를 놓으며 흉기를 사용해 반군부 시위대를 공격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졌을 때는 주말 시위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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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친군부 세력 1000여명이 양곤에서 벌어진 반군부 시위에 맞불 시위를 하던 중 반군부 시위대를 공격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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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시위 참가자 니안 윈 셰인은 로이터통신에 "결코 군화 앞에 무릎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 시위를 이어가는 시위대와 민간인을 향해 G3 소총, 섬광탄 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군부를 '테러리스트'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는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 "혐오스러운 공격"



국제사회도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진압을 비판하며 추가 제재를 언급하고 나섰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 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군의 공격이 계속될 게 분명하다"며 "국제 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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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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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평화적인 시위대에 치명적 폭력을 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선거로 표출된 미얀마인들의 뜻을 존중하고 군부에게 억압을 멈추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미얀마 군경이) 혐오스러운 폭력을 가했다"며 "우리는 버마(미얀마)의 용감한 사람들과 굳건히 연대한다"고 공언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같은 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면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의 무력 진압이 "혐오스럽다"고 규탄했다. 이어 "영국은 미국, 캐나다와 협력해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을 상대로 인권 제재를 내렸다"고 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성명을 내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총을 쏘는 것은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는 점을 보여주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EU는 즉각 수단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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