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비판하며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한 초 모에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성명 낭독을 마치면서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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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초 모에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국어를 사용해 군부 쿠데타에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저항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했다.
이날 그는 자신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대표하며 군부 통치 종식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사회 차원의 가장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유엔이 쿠데타 종식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미얀마 군부는 즉시 그가 국가를 배신했다며 대사직을 박탈했다. 그러나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맞선 그의 세 손가락 경례는 이미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대사는 국민의 영웅이 됐고 지지와 연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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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헝거게임’ 등장…불복종과 저항 상징
지난달 28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시위 중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마스크를 한 참석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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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미얀마의 민주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쿠데타를 이끈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얼굴에 붉은 표시를 한 사진을 들고 저항하고 있다. 이들도 세 손가락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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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손가락 경례는 오른손의 검지·중지·약지를 세워 들어 올리는 행위다. 2012년 개봉한 영화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서 유래했다.
영화 속 가상국가 ‘판엠’의 독재정부는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겠다며 서바이벌 게임을 매년 벌인다. 반란 지역인 12개 구역에서 12~18세 청소년을 뽑아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이른바 ‘헝거게임’이다. 16살 소녀 캣니스 에버딘은 여동생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자원하고, 이에 주민들은 그에 대한 존경과 지지의 의미로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인다.
세 손가락을 펼쳐 하늘로 향하게 하는 ‘손가락 경례’가 독재에 맞서는 저항 정신과 함께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아울러 지배자들에겐 불복종과 저항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각인됐다.
‘세 손가락 경례’는 2014년 태국에서 먼저 차용됐다. 당시 태국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켰을 때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사용됐다.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군주제와 군부통치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이 연일 이어질 때도 시위대는 ‘세 손가락 경례’를 투쟁의 상징으로 삼았다.
세 손가락 경례를 머리에 새긴 태국의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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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 뜻도
태국에서 시작된 ‘세 손가락 경례’가 이웃국가인 미얀마에서도 널리 사용되자 지난달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시위대에게 헝거게임의 세 손가락 경례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징의 기원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 ‘세 손가락 경례’의 대중화를 이끈 태국의 활동가는 손가락 하나하나의 의미를 자유·평등·박애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선거·민주주의·자유를 뜻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WSJ은 태국의 상징이 미얀마로 건너가게 된 연유를 탐색하면서 양국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미얀마와 태국은 모두 경제·문화·정치와 깊숙이 얽혀 군인으로만 남기를 거부하는 강력한 군부가 존재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이어 WSJ은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의 군부는 새 헌법을 통과시키고 선거법을 개정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하게 했다”면서 “미얀마의 군부가 태국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얀마의) 장군들은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언급하면서다.
이처럼 비슷한 정치 상황이 시위 방식의 유사성도 낳게 됐다고 WSJ은 봤다. 아시아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서로의 전략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태국의 시위대가 홍콩 운동가들의 모토를 받아들이고, 홍콩 민주화 운동의 핵심인 조슈아 웡을 초청해 연설을 들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태국의 민주화 시위가 미얀마에 영향을 미쳐 태국에서 시작한 ’세 손가락 경례‘가 미얀마로 건너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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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 한달…강경진압으로 ‘피의 일요일’
지난달 28일 군부의 강경진압으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미얀마에선 1일에도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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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미얀마에선 한 달 째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양곤 등 주요 도시의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일제히 세 손가락을 들고 ‘군부 독재 패배, 민주주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 군부의 대응은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중태에 빠진 20세 여성 시위 참가자가 19일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등 전국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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