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자회사 매각...케이블TV만 남아
KT-딜라이브, 매각 금액 놓고 ‘줄다리기’
KT가 딜라이브 인수전에 속도를 낸다. 국내 케이블TV 시장 3위 업체 딜라이브가 자회사인 iHQ(콘텐츠 부문) 매각을 완료하면서 몸집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해 ‘유료방송계 공룡’으로 거듭나게 되면, 미디어 콘텐츠 공급 부문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텔코(통신사)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사)로 전환을 선언한 KT는 딜라이브와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미디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KT는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할 경우 KT 계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5.26%에서 41.17%(약 1400만명)로 늘어나게 된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셈이다.
딜라이브는 케이블TV 업계에서 ‘알짜 회사’로 통한다. 지난해 기준 딜라이브는 가입자는 200만5621명이다. 서울 강남·송파 등 이른바 노른자위 권역 사업권을 비롯해 총 16개 유선방송사업자(SO) 지역에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장 확대로 인해 전체적인 케이블TV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2019년도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22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업계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KT는 지난 1월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KT 스튜디오지니’를 세웠다.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KT의 기존 강점인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간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해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콘텐츠 수급, 제휴에서도 경쟁사를 앞서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T는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1000만명이 훌쩍 넘는 유료 가입자를 기반으로 방송·영화·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체적인 시장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하면 이 같은 구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업계에선 딜라이브가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본업인 딜라이브 매각에도 자연스레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딜라이브가 분리돼 있지 않았다면 인수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선 딜라이브 전체를 사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분리가 되면서 인수사가 원하는 부문(케이블TV)만 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딜라이브는 매각 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동통신3사 중 유일하게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T는 딜라이브 인수 금액으로 75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딜라이브 인수 협상과 관련해 “진척된 상황은 딱히 없다”면서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구체적인 매각 금액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인수·합병 관행에 따라 매각사가 요구하는 금액(1조원)과 인수사가 요구하는 금액(7500억원) 사이에서 최종 매각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승훈 기자 sh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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