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이런 해석이 나온다. 1~2년 새 보안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이 있었고 일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중국 견제는 5G 장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이후 드론, 토지 매입·사용 등 다양한 대응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위대·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 주변의 토지 매입·사용 등을 조사하고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외국 자본이 불투명하게 토지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중국 등 외국 자본’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이 주요 타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준비 중인 법은 자위대·해상보안청 기지나 원전·공항 등 주요 보안시설 주변 1㎞ 지역을 주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사령부 기능이 있는 자위대 기지 등에 대해서는 특별주시구역으로 분류한다. 이들 구역 토지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또 토지와 건물 이용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정부에 주어진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소유자 주소·국적 등 다양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분석할 수 있는 식이다. 조사 결과 전파 방해, 주요 시설에 대한 침입 시도 등 불투명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확인되면 정부가 이 같은 활용을 중단하도록 권고·명령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엔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거래 등에 대해 허위 신고를 할 경우에도 징역·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3월 이 법을 내각회의에서 의결한 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日 정부 보유 드론 1000여대 자국산 교체
일본은 또 정부기관에서 중국산 드론을 퇴출하는 작전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부처·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1000대 이상 드론에 대해 올해부터 보안성이 높은 새 기종으로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핵심은 드론을 조달할 때 총리 직속 내각관방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절차는 (정보 유출을 염려해) 중국산 드론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 분석이다. 사실상 보안을 내세워 정부기관에서 중국산 드론을 퇴출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초 방위성·경찰청을 제외한 부처에 대해 드론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중국 기업인 ‘다장(DJI)’ 제품이었다. 이들 제품은 지도 제작, 시설 관리, 측량, 구명·구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제를 대신할 제품으로 보안성 높은 자국산 제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NTT도코모, 자율제어시스템연구소 등 5개사 연합은 정부 위탁사업으로 고도의 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된 드론 개발에 착수해 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본이 5G 통신장비에 대해 보안·정보 유출을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산을 배제하자는 미국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5G와 관련된 국제기금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여기에 일본을 참여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팽창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호주·인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보안 강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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