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지속가능한 K를 찾아라 ②K팝]‘퍼스트 무버’ K팝…글로벌 무대로 무한진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TS·블랙핑크 등 세계 시장 주역으로

25년간 쌓아온 독창적 혁신 시스템

특유의 오리지널리티…‘K팝 한류 3.0’ 시대

주류 음악시장 움직이는 글로벌 음반사 협업

오디션 프로그램 ‘현지화 전략’…외연 확장 계기

아시아권 넘어 영미권 진입 전략적 수출 품목

헤럴드경제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세계 최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뮤직 그룹과 손 잡고, 글로벌 K팝 보이그룹을 육성하는 오디션을 선보인다. K팝 시스템을 해외 시장에 적용한 ‘현지화 전략’ 사례다.[빅히트 엔터테인먼트·유니버설뮤직그룹 제공]


헤럴드경제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 1조7000억원’(2020년 9월 기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팝 음반 수출 1억7000만 달러’(2020년 11월 기준)

1세대 아이돌(1996년 H.O.T) 등장 이후 25년, K팝의 위상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과거 ‘변방의 음악’으로 치부됐던 K팝은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지역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초국적 시대’, ‘지구인 세대(Z세대)’를 상징하는 글로벌 음악 장르로의 성장이다. 대한민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핫100) 1위를 수성한 방탄소년단(BTS), 전 세계 아티스트 중 유튜브 구독자 수 2위에 달하는 블랙핑크 등 글로벌 무대를 주무르는 K팝 스타들이 등장하면서다.

지금 K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적인 변화로 세계 시장의 주역이 됐다. 변화의 속도는 체감보다 빠르다. 소위 K팝 한류 3.0시대, K팝 시스템이 글로벌 무대로 이식되고 있다.

▶글로벌 무대로 이식하는 K팝…K팝의 외연 확장=K팝의 해외 진출 전략은 흔히 3단계로 본다. 1단계는 한국 가수의 외국 진출, 2단계는 외국인 멤버 영입을 통한 해외 공략, 3단계는 K팝 시스템을 해외 시장에 적용한 ‘현지화 전략’이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세계 최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뮤직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K팝 보이그룹을 육성하는 오디션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무대에서 제2의 BTS를 찾는 셈이다.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 적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SM 웨이션브이), 일본(JYP 니쥬)에서 성공한 사례가 이미 나왔다. 기존의 성공사례와 빅히트의 차이점이라면 ‘팝의 본진’인 미국 시장에 K팝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획사와 글로벌 음반사가 아이돌의 발굴부터 손을 잡은 것도 최초다.

주류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음반사의 협업은 K팝의 현재 위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K팝 이노베이션’ 저자)는 “K팝은 이제 아시아권을 넘어 주류 시장인 영미권에도 진입하며 전략적 수출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양학부 교수( ‘갈등하는 K팝’ 저자)도 “K팝이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협업 의미를 분석했다.

K팝의 강력한 산업 효과는 글로벌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음반 시장의 성장만 봐도 영향력이 확인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판매량은 4000만장(가온차트 기준)을 돌파했는데, 이 배경엔 글로벌 팬덤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한 해 수많은 팝스타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했으며,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 1년 동안 3개의 앨범을 1위 자리에 올리기도 했다.

▶K팝이 그려가는 미래…‘퍼스트 무버’ K팝=K팝은 한 팀, 한명의 아티스트를 상징하지 않는다. K팝은 지난 25년간 공고히 쌓아 올린 음악 시스템이다. K팝 산업은 아이돌을 캐스팅해 체계적으로 트레이닝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시각적 요소)이 어우러진 프로듀싱을 거쳐 마케팅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이장우 교수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K팝은 처음부터 국제 경쟁력을 전제로 성장한 퍼스트 무버형 산업으로, 반도체와 IT의 혁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며 “신지식 창조를 특성으로 2세대 혁신을 주도하며 선도형 전략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나 K팝 시스템의 해외시장 이식도 잠깐의 트렌드가 아니다. ‘퍼스트 무버’가 된 K팝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아주 매력적인 대상이자 산업이 됐다. 그런 만큼 시스템의 수출로 인해 일각에선 K팝의 노하우 유출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K팝의 독창성을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규탁 교수는 “비주얼, 뮤직비디오의 미학, 활동방식 등 K팝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를 해외에서 더 깊게 인식하고 있어 K팝 시스템을 흉내낸다고 해도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K팝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해 선보이는 그룹을 통해 K팝의 외연 확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진우 연구위원도 “시스템을 매뉴얼화해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 K팝의 저변 확대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고 봤다.

K팝은 이제 ‘한국의 울타리’를 넘었다. 더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이장우 교수는 “K팝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콘텐츠”라며 “글로벌 협업을 통한 K팝 그룹 제작 등의 트렌드가 K팝이 원하는 방향이자, K팝이 그리는 자연스러운 미래”라고 봤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나아가 “현지 연습생 출신의 그룹을 넘어 이후엔 양궁과 같은 스포츠의 사례처럼 K팝 시스템을 익힌 현지 트레이너가 K팝 그룹을 육성하는 K팝 한류 4.0 시대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K팝을 위한 ‘넥스트 스텝’은 성공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장우 교수는 “K팝은 정부가 아닌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등 소수의 선도적 프로듀서들이 지금의 성과를 이끌었다”라며 “혁신가들의 혁신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팝 산업의 이면을 들추면 우리 사회와 비슷한 면면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과도한 경쟁, 지나친 스펙의 요구, 대학 서열과도 같은 기획사의 서열 등은 한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규탁 교수는 “K팝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며 “다양한 사회 이슈가 K팝 시스템에도 투영돼 있다. 특히 출생률의 하락은 인력풀의 축소를 의미해 육성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K팝의 확산과 미래는 한국 사회가 우리에게 처한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고승희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