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성소수자·장애인들 “그들만의 선거전” 비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퀴어축제 비하와 성폭력 2차 가해 등으로 점철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를 지켜보던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향해 ‘그들만의 선거’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년·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여야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에 대해 “시민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평등한 서울’ ‘보다 안전한 서울’ ‘혐오와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논쟁의 최전선에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3일 ‘퀴어(성소수자) 이슈를 정치적 제물로 삼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서울시장이 허가·금지할 수 없음에도 후보들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무소속 예비후보가 ‘퀴어축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질문인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이번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가시겠습니까’라고 변주해 성소수자 혐오를 재생산하는 모양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등의 정책에 대한 논의 없이 ‘퀴어문화축제를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식의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이 ‘성소수자가 안전한 서울’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서울시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나면서 치러지게 된 선거이지만 후보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성평등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 드문 것은 물론이고 2차 가해도 난무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지난 10일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고 밝혀 ‘2차 가해’ 비판을 받았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해결 의지가 있는 사람이 시장에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도 자취를 감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변재원 정책국장은 “이번 선거는 속된 말로 ‘부동산 선거’, 서울시장은 ‘재개발 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사회적 소수자는 뒷전인 상태”라며 “서울시내 저상버스 설치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는 물론 장애인 자립을 돕는 탈(脫)시설 문제에 대해 책임질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페이퍼(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 창당을 선언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를 위해 선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시대에 맞는 장애인 지원정책 마련,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권리 보장, 의사소통·보조기기 권리 보장 등 총 11개의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청년들도 여야 후보들의 정책 방향이 ‘와닿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은 지난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후보들이 도심을 개발하겠다는 말을 쏟아내지만 우리가 살아갈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 기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난을 극복해 내는 영웅 같은 시장을 원하는 게 아니다. 함께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고, 시민들과 함께 재난 같은 현실을 헤쳐나갈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약속만 남발하고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얘기는 없다”며 “서울을 재개발하는 게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청년들의 지향과는 방향성이 매우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돌아온 광장, 제주도 ‘일호’의 변신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