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석태(왼쪽에서 둘째) 세월호 특조위원장과 위원들이 해수부가 발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거부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법관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이 사건의 주심(主審)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기피 신청했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이날 “과거 세월호특별조사위 위원장을 지낸 이 재판관의 이력을 볼 때 이른바 ‘세월호 재판’에 개입해 탄핵 소추된 임 부장판사 사건을 공정하게 심리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법 24조5항은 “재판관이 헌재 외에서 직무상 또는 직업상의 이유로 사건에 관여한 경우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변 회장 출신으로 2015~2016년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며 천막 농성과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이 재판관이 세월호 사건과 관계된 임 부장판사 탄핵 심판의 주심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임 부장판사 측 주장이다. 이 사건은 헌재 재판관 9명이 함께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지만 주심은 검토 내용을 정리하고 주요 쟁점을 설정하는 등 심리 진행에 핵심 역할을 한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한 일본 기자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심은 작년 2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회는 ‘헌법 위반 행위’라는 판결문 내용을 근거로 임 부장판사를 탄핵 소추했다. 헌재 심판에선 임 부장판사가 청와대 지시를 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말을 듣고 판결문 수정 등을 요청한 것이 중대한 헌법 위반인지가 쟁점이다. 한 변호사는 “특조위에 깊이 관여해 이미 선입견이 형성된 이 재판관에게 이 사건을 공정하게 심판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한편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으로 헌재 탄핵 심판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오는 26일 첫 재판(변론준비기일)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헌재 관계자는 “기피 신청 인용 여부가 그 전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재판을 미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퇴직한다.
[김은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